연예부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 난 곧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 올라와 있는 모든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넣었다. 그 중 몇 군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몇 곳은 면접 전 내가 직접 쓴 방송 리뷰 기사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방송 리뷰 기사를 써본 적이 있어야지. 어떻게 쓰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최대한 열심히 써서 제출했다. 많이 부족했었는지 아쉽게도 면접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송 리뷰를 써야 하는데 너무 사적인 감상문을 써서 제출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살짝 부끄러워진다.
문제의 방송 리뷰 기사로 인해 여러 곳에서 떨어지고, 인턴 기자 한 곳만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래, 어차피 경험해보는 게 목적인데 정규직 기자보다는 인턴으로 시작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솔직히 말해 준비성은 0에 가까웠다. 연예부 기자 면접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볼지도 감이 안 잡혔다. 이렇게 막 지원해도 되는 걸까 싶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거라면 세상 사는 게 이렇게 어렵고 복잡할 순 없을텐데 말이다.
주변에 연예부 기자는 한 명도 없고 딱히 정보도, 아는 것도 없어서 그냥 솔직하게만 말하고 나오자고 다짐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면접 날이 됐다.
'좋아하는 아이돌, 관심있는 연예인 이런 거 물어보겠지? 요즘 무슨 노래 듣고 어떤 방송 즐겨보는지도 물어볼까? 최근 이슈되고 있는 연예 기사들이 뭔지도 분명 물어볼 거야'
좋아하는 아이돌이라곤 십수 년 전에 데뷔한 한 보이그룹뿐인 나.
하도 활동을 안 한 지 오래돼서 사람들은 우리 오빠들이 해체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요즘 인기 많은 아이돌을 얘기해야 할까? 아니야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스스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도중, 면접관분들이 들어오셨다. 면접관은 총 두 분, 자 이제 시작이다.
"연예부 기자에 지원하신 이유가 있나요?"
물어볼 줄 알았다. 차분히 준비해온 답변을 하는데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뚫어져라 쳐다보신다.
"좋아하는 아이돌은 있으세요?"
이것도 물어볼 줄 알았지.
"네. 데뷔한지 좀 오래되긴 했는데 0000 좋아합니다"
"아.. 그 팀 해체하지 않았나요?"
왜 내 예상은 틀리지 않는 걸까.. 해체 아닌데.
"아닙니다! 해체가 아니라 활동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안 한지 좀 오래돼서 다들 해체한 줄 아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면접관분들도 무안하셨는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음악 듣는 게 취미라고 하셨는데 요즘 무슨 노래 들으시나요?"
"요즘은 4세대 걸그룹 노래들을 많이 듣습니다. 또 2010년대 가요들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요즘 신곡들과 십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곡들을 번갈아 들으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어른이 된 것 같고 K-POP의 역사의 현장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즐겨 듣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4세대 걸그룹의 이름을 쉬지 않고 읊으며 이 노래는 왜 좋고 저 노래는 뭐가 좋은지 신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순간 면접을 보러 온 것인지, 수다를 떨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
'내가 생각하는 4세대 걸그룹의 인기 순위'를 나열해보라는 면접관의 말에도 차분히 답변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요즘 이슈되는 연예 기사들은 아는지, 요즘 보는 드라마는 뭔지, 요즘 인기 아이돌들은 누가 있는지, 연예부 기자는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지, 가요, 드라마, 영화 중 어떤 분야를 희망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약 40여 분간 진행된 나의 첫 연예부 기자 면접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