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나홀로아파트, 1층?

by 박엘리

저는 경기도 신축 대단지에서 서울 나홀로아파트, 그것도 1층을 매수했습니다. 적고 보니 제목만 봐도 꽤나 공격적인 매수 후기네요. 나홀로아파트는 사는 거 아니다, 왜 사냐, 누가 사냐 하는데 그 '누가'가 '제'가 되었습니다. 저도 나홀로아파트를 살 줄은 몰랐으니까요.






1. 서울 바라기

서울 부동산을 한참 임장한 후 이사에 대한 마음이 잠시 소강상태였습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되어도 입지가 괜찮은 아파트는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신축 아파트를 팔고도 대출을 더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긴데 막상 임장을 해보니 더욱 체감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구축이어도, 주차를 못해도, 화장실이 1개여도 서울이라는 땅값은 워낙 비싸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압구정을 가는 것도 아닌데도, 서울이라는 벽은 현실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서울로 이사 가는 것이 좋겠다는 최종 판단하에 매물을 찾아보았습니다.


2. "방이 3개고 화장실이 2개인데 13억대래 대신 1층이야"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하던 중 남편이 문득 "송파에 방이 3개고 화장실이 2개인 30평대 아파트인데 13억대 매물이 있더라"라고 얘기더군요. 송파는 비싼 곳인데 어떻게 그런 매물이 있을 수가 있냐며 잘 못 본거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었습니다.


부동산 앱을 켜보니 진짜 매물이 있었습니다. 1층이었고, 같은 아파트 다른 층 매물은 14억대와 15억대로 매물이 더 있었습니다. 당시 14억~15억 원대 아파트는 저희 예산에서 초과하는 금액대였기 때문에 감히 알아보려고 하지 못한 아파트들이었습니다.


3. 당장 가보자!

13억대에 방이 3개고 화장실이 2개인 30평대 아파트를 그것도 송파구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마음이 요동쳤습니다. 다음 날 해당 부동산에 연락하여 매물을 직접 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날로 약속까지 잡았습니다.


둘 다 회사를 다녀야 하기에 집은 저녁 6시 반정도에 보기로 했고 시간 맞춰 가면서 동네를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저 멀리 롯데타워의 불빛이 요란하게 비추며 건물을 휘감으며 위용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롯데타워가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길을 따라 늘어진 다른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며 아파트마다 반짝인 불빛이 눈 부셔 보였습니다. 해당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반짝이는 문주가 좋아 보였고, 해가 진 저녁이었지만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보였습니다.


해당 매물 내부도 널찍해 보였고 방 크기도 커서 아이들 커가면서도 쓰임이 좋아 보였습니다. 부동산에서는 여긴 1층이고 다른 층 매물도 더 보겠냐고 했지만 1층이 다른 층에 비해 저렴하기도 했고, 층간소음 걱정 없이 편하게 사는 것도 좋겠다 싶어 다른 층 매물은 생략했습니다.


4. 아파트 연담화

부동산 사장님과 헤어지고 남편과 아파트 담길을 따라 더 걸어보았습니다. 매물이 있는 아파트를 지나 옆 단지 아파트까지 이어진 길은 마치 내가 옆 단지 아파트를 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파트가 이어져있어 나 홀로 1동으로 알고 왔음에도 옆 단지와 이어져 있다는 물리적 위치가 있어 나홀로라는 느낌이 덜 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한 착각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아파트 연담화가 잘 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옆 단지 아파트는 단지가 잘 조성이 되어 있어 10억이나 더 비싼 아파트였습니다. 10억이나 더 주고 갈 만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좋아 보였으니까요.


5. 일단 계약

다음 날 바로 계약했습니다. 송파구에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가격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층 매물은 14억대, 15억대에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13억대를 선택했습니다. 1층이라 매도인도 가격을 더 높이지 않았던 것 같고, 저도 1층이기 때문에 수용할만한 가격대였습니다.


기왕 1층이니 층간소음 없이 마음 편히 살아보는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 발걸음이라도 편하게 걸어보자는 마음이 컸고 1층이어도 괜찮다, 오히려 1층이라서 왔다는 마음도 강했습니다.


6. 계약금, 돌아올 수 없는 강

반나절에 걸쳐 계약금을 보냈습니다. 계약금을 보내고 나니 그제야 밀려오는 걱정과 초조함, 불안 등이 남편과 저를 집어삼키고 있었습니다. 잘한 걸까? 괜찮은 걸까? 우리 지금 뭐 한 거지?


그렇게 홀린 듯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이제 걱정이 다가올 차례였습니다. 그날 밤 밤새 뒤척였습니다. 너무 큰 일을 너무 간단하게 결정했다는 사실에 나의 판단이, 남편의 결정에 대한 의구심으로 긴긴밤을 보냈습니다.





다음 편은 긴긴밤을 지내면서 고민했던 이야기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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