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벌써?'
언제 먹었는지 어느덧 불혹과 지천명이란다.
에이~ 농담이겠지! 마음은 여전히 주유소 풍선처럼 한없이 흔들린다. 하늘의 뜻을 이해하는 나이라고? 장난하나? 당장 오늘 저녁 일조차 알 수가 없다.
10대 땐 공부하느라 바쁘고
20대 땐 취업하느라 바쁘고
30대 땐 돈 버느라 바빴는데
허벅지를 바늘로 콕콕 찌르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놀고 먹고 사랑하고 싶은 거 다 미루며 달렸다.
이게 다 어른이 되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삶을 살기 위한 과정였잖은가 말이다.
그렇게 참고 참으며 드디어 어른이 됐다. 그런데 이게 뭔가? 저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삶이 보이지 않는다!
‘너 어디 숨었니?’ 어디에도 없다.
‘저기요! 거기 누구 없어요?’ 대답 조차 하지 않는다.
남들 쉴 때 쉬지 않고, 남들 놀 때 놀지 않고, 죽을 똥 살 똥 이곳까지 버티며 올라왔는데…
그런 은혜로운 삶이 기다린다고 했잖아!
다 거짓말였던 거야? 그런 거야?
속았다! 어른이 돼서야 비로소 알았다.
얼어 죽을!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삶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나 보다. 지금까지 뼈가 빠지게 공부하고 취업하고 돈 버느라 인생을 낭비해 왔다. 이쯤이면 좀 괜찮겠지? 천만의 말씀이다.
슬픈 이야기를 하나 꺼내야겠다. 그런데도! 변함없이! 내일 또다시 바빠야만 한다. 내 아버지가 그랬고, 내 어머니가 그랬고 지금의 내가 그렇다. 언제까지 바빠야 하는데? 언제까지 바빠야만 하냐고? 이게 맞는 삶인가? 내가 이러려고 어른이 됐나? 틀림없다.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다.
‘그래,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누구나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정답이 어딨겠어?’
그래서 결심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이제부터 제대로! 야무지게! 놀아보기로 했다.
한 번뿐인 인생 맛.깔.나.게. 놀고 싶어서
평생 내편인 짝꿍과 옥탑방 하나를 얻었다.
이것은 순전히 놀기 위한 출근이다.
그렇다! 어른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나이니까…
이건 내 인생이다. 내게는 인생을 아주 야무지게 놀 자유가 있다.
뭘 해서 먹고살 거냐고?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조금은 두렵다. 그래도 이 길을 한번 가보려 한다. 이유? 단순하다. 못 놀아도 후회하고 놀아도 후회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기왕이면 놀고 후회하기로 했다.
어쨌든, 놀고 싶어서 오늘도 부부가 옥탑방으로 출근을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안되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