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숨이 막혀옵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무슨 심각한 불치의 병이라도 걸린 걸까?
혈압은 올라가고 맥박은 파닥거립니다.
심장은 두 방망이질입니다.
위장은 또 왜 이리 거북한 것인지… 속이 다 울렁거립니다.
이 병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휴일이, 휴가가 끝나갑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입니다.
느긋한 휴일이 점점 지나가니 목을 죄어 오고,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의 네 시 삼십 분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을 놓아줄 맘이 없는데, 야속한 휴일 오후는 나 몰라라 빠르게 도망가버립니다. 이제 곧 편안했던 오늘은 바쁜 내일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참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월요병을 없애는 방법으로, 일요일부터 회사일을 신경 쓰고, 일요일에 미리 출근을 해서, 잔무를 보면 돌아올 월요일을 쉽게 적응하고 월요병이 사라진다는 웃지 못할 농담입니다. 믿기지 않는 건, TV 뉴스에 월요병 치료법으로 이 방법이 진짜 진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삶이라는 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가정에, 사회에, 조직에, 회사에 얽매어 내 의지가 아닌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또한 삶이겠거니 싶습니다. 그렇지만 또 나는 이번생에 오직 단 한 번만 사는 사람으로서 내 삶을 즐겁게 살 의무가 나 스스로에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중경삼림> 속 사복경찰 223은 옛 애인 메이와 헤어진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는 외롭습니다. 바에서 처음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질 결심을 한 233은 금발 가발의 여인을 만나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샙니다.
다음날 그녀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생각합니다.
‘난 그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기한을 적는다면 만년 후로 해야겠다’
비록 그녀가 범죄자이자 살인자라 해도, 그에게는 새로운 내일입니다. 기억을 통조리에 담아, 천년만년 간직하고 싶듯...
이지 easy라는 곡이 있습니다.
라이오넬 리치가 멤버였던 모타운 소속의 밴드, 코모도스의 노래입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지만, 노래의 제목처럼 이 노래를 들으면 참 평안해집니다. 마음은 늘 휴일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광고와 TV 예능, 영화에 BGM과 삽입곡으로 쓰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고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롭고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일요일 아침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잘 압니다. 현실은 결코 녹녹지 않습니다. 사복경찰 223처럼 휴일을 통조림 속에 꼭꼭 봉인해 놓을 수도, 노래 이지 easy 속 주인공처럼 폼나게 사표를 던지고 자유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쩌면 이 또한, 취업을 준비하고, 온전한 직장을 다니고 싶은 간절한 누군가에겐, 배부른 타령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자리일 테니까요. 어쩌면, 고맙게도 주어진 이 짧은 휴식과 휴일만으로도 감지덕지일지 모르겠습니다. 슬.픈.데. 또 안.심.입니다.
그럼 busy가 easy인건가???
P.S.
그래도 난 여전히 꿈을 꿉니다. 휴일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꼭 만년이고 싶다고…
image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