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대표님을 만나는 자리였다. 투고 원고의 문체가 유쾌하고 콘텐츠가 좋아, '흥.미.롭.게.'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제안에 이루어진 미팅이었다.
출판사와의 첫 미팅은 언제나 설렌다. 전업작가도 아니고, 무슨 무슨 대단한 필력의 작가도 아닌, 광고쟁이로 20년을 밥벌이하며 살아온 나에게, 이런 미팅은 수만 번의 광고 미팅과는 또 다른 두근거림이 있다. 소풍 전날 밤 같은...
출판사의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음... 이건 서로 간의 배려다. 출판사가 내 원고를 꼼꼼히 읽고, 나를 PICK해준 것처럼, 나 역시 출판사의 글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그래야 서로 마음이 닿고 오늘부터 우리는 1일이 되는 거니까!
커피숍 창가 테이블에 앉아, 기다린다. 잠시 후 출판사 대표님이 다가온다. 그녀의 어깨엔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에코백이 들려있다. 창가 테이블엔 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에코백이 놓여있다. 아! 우린 마음이 닿았다. 계약도 하기 전에 오늘부터 우린 1일이다.
지난 6월 초, 출간계약을 하고, 여름은 가을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에세이집『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가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기분이 묘하다.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어른이 되며 알았다. 인연이란 아주 사소하고 작은 보통의 어떤 하. 나. 에서 시작된다.
책만 보던 땐, 책은 작가가 쓰는 줄 알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감으로 일필휘지, 세상천지에 없던 글을 쓰으윽 써서 세상에 책이 나오는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다. 좋은 책은 그 글을 알아보는 출판사와 편집자의 노력이 만든다. 그러니까 만약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어떤 책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작가의 영감이 아닌 출판사의 노력 덕이다. 아무튼! 나를 PICK 해준 푸른향기 출판사 대표님과 에디터님! 쌩유~
* 브런치 글이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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