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양자역학을 아시는지? 그러니까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고양이는 상자에 들어가 있는데, 그 안에 갑자기 독이 퍼진다. 막 독을 들이킨 고양이는 지금 죽은 상태이거나 혹은 산 상태다. 당신이 상자를 열기 전까진!
이해하는가? 나는 이해불가다. 뭐 어쨌든 나는 문과 남자니까! 그러던 오늘 나는 양자역학의 권위자가 됐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늘 당일치기로 부산을 다녀오는 일정이다. 아침 일찍 수서역에서 8시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그 맛있다는 돼지국밥도 먹었다. 어찌어찌 일도 마쳤다. 짧은 일정이라 부랴부랴 다시 부산역 근처로 와서 또다시 그 맛있다는 밀면을 저녁으로 먹었다. 가까운 커피숍에서 위장을 녹아내리는 에스프레소도 한 잔 마셨다. 역시, 부산은 아름답다.
"캬~ 성공적인 하루야! 이런 게 프로의 맛이지! 서울과 부산을 하루에 오가며, 멋진 어른이 됐군!"
그렇게, 느.긋.하.게. 8시 28분 서울행 열차를 기다린다. 이런 시간이면 커피 향 마저 향긋하다. 얼추 시간이 다 돼 플랫폼으로 나간다. 부산역에서 맛있다는 어묵도 포장한다. 몇 호차일까? 하는 순간...
이건 뭘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분명 기찻표는 부산역 - 수서역이어야 하는데 수서역 - 부산역입니다. 글자가 갑자기 바뀐 걸까요? 눈을 의심합니다. 지금 나는 부산역에 있습니다. 그런데 내 손에 들려진 기찻표는 부산역으로 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수서역일까요? 부산역일까요?
분명,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거나 혹은 살았거나 일터인데, 지금 부산역에 있는 나는 멘붕이거나 혹은 더 메붕입니다. 오늘 나는 부산에도 있고, 또 서울에도 있는 양자역학의 체득자입니다. 아! 집에 가고 싶습니다. 오늘 안에 갈 수 있을까?
*신간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가 서점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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