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쟁이로 20년 넘게 살아왔다. 거치지 않고 해보지 않은 광고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이 분야에 베테랑 전문가가 되시겠다. 그래서 뭔가 창의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대한 광고쟁이로의 자부심이 있다. 맞다. 한 분야에서 이쯤이면 누구나 다 <독 짓는 늙은이> 같은 생활의 달인이 된다.
'AI가 미래 직업군을 대체하거나 말거나, 광고쟁이는 끄떡없어! 우린 창의적인 사람들이잖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무지 목매한 생각, 안일하고 물러터진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 감히 0과 1 따위로 만들어진 전자계산기 나부랭이가 어찌 숭고한 내 직업을 대체할 수 있겠냐 말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광고 카피는 이제 챗지피티가 다 만들어준다. 심지어, 15년 경력의 옆자리 카피라이터보다 글을 잘 쓴다. 불평도 없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담배 냄새도 없다. 노트북의 키보드 엔터 한 방이면 '촤라라락~' 그동안 세상에 없던 광고 카피들을 만들어준다. 디자이너들도 곧 손가락을 빨게 될 운명이다. 혹시 주변에 죽도록 미운 사람이 있다면 디자이너를 시키시라! 조만간 길바닥에 내 앉을 테니까!
그뿐인가? 이제 모델도 필요 없다. 모델이 필요 없다는 건, 광고 촬영이 필요 없다는 것이고, 광고 촬영이 필요 없다는 건, 감독도, PD도, 조감독도, 촬영감독도, 조명팀도, 음향팀도, 미술팀도, 매니저도, 경호팀도, 스탭보조도, 밥차 아줌마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제 그들 역시 손가락을 빨 팔자다.
아! 망했다.
듣자 하니, 회계사, 변호사, 광고인, 통역사, 마케터 등은 곧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나 인류사 교과서에서나 볼 판이다. '옛날 옛적에 변호사라는 쓸모없는 직업이 있었는데...' 게다가 육체적 일마저 피지컬 AI가 현장을 누비게 된다고 한다. 빙고, 인공지능 로봇이 단체로 춤만 추는게 아닐테다. 가만있자! 그렇다면, 은하계 너머에서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온 외계인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지구의 운명은 곧 바람 앞에 등불, 풍전등화가 아니던가!
이게 바로, 이 모험을 시작한 이유다. 맞다. 이것은 사이버다인이나 스카이넷, 혹은 터미네이터나 헬 9000으로부터 온전한 '나'를 지키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한편으로 AI의 습격으로부터 인간의 아카이브를 기록하기 위함이자, 그들과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뭐야? 쓸데없이 정신 나간 한가한' 장난이라거나 과대망상이라거나 심심풀이 킬링타임 글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 이것은 아주 진지한 인류의 기록이다. AI 없는 AI 이야기다.
온전히 인간성을 지켜 후대의 인류가 이를 잊지 않고 살아남기를 희망하는 노아의 방주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인류의 운명이 걸린 이 진지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그렇다. 이것은 아주 진지한 인류의 기록이다. AI 없는 AI 이야기다.
P.S. 혹시 이 물건을 기억하는가? '주판'이라는 물건이다. 주판을 계속 사용했다면 지구의 운명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아쉽다! 이때 인류는 AI를 이길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이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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