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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방인 Apr 10. 2024

나의 털복숭이 친구를 소개합니다 1

뉴질랜드에서 만난 첫 번째 털복숭이 친구

(이번 이야기는 꽤 길 듯하다)

나는 자타공인 'cat person'이다. 어릴 때는 강아지를 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고양이한테 빠져버려서 내가 고양이 영상을 보면 주위 사람들은 또 보냐고 구박받기도 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들은 말은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고양이 피드에는 내가 하트를 눌러 댔다며, 내가 안 누른 걸 찾기 힘들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가족들한테 키우자고 해본 적도 없고 (당연히 키운 적도 없고) 키울 생각이 없다 (적어도 지금의 마음이라면). 나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친구들이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많이 봤고, 나도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반겨주는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고 좋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거기까지였다. 그러다가 왜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는데 그 내면으로는 "난 평생 키울 자신이 없고, 먼저 보낼 자신이 없어"였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수명과 동물의 수명을 생각하면 우리는 당연히 먼저 아이들이 무지개다리 건너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 난 그게 참 무섭다. 나는 헤어짐이라는 것에 참 마음이 약하다.

그러던 나에게 털북숭이 친구가 생겨버렸다. 작년 10월에 이사 온 집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집주인 부부가 키우는 냥냥이와 내 방 앞의 테라스에 사는 터줏대감 같은 영희 씨다.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많은 조건들이 참 좋았다. 나만 쓸 수 있는 넉넉한 공간들이 있고, 스트릿 파킹이 아닌 내 방 앞에 주차할 수 있고 회사와 가까운 점이 참 좋았다. 그리고 하나 더, 사실 나의 사심을 채우려고 이 집에 들어온 이유도 있다.

만져달라고 냥냥거리서 만져줬더니 녹아내렸다
인사도 잘하는 애교쟁인데, 문 밖에 앉아서 든든하게 지켜주기까지 하다니

먼저 오늘 글을 쓸 친구는 테라스에 사는 고양이로 내가 '애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사실, 이름을 몰라서 "야옹아"라고도 불러보고, 한국에 있는 길고양이 반 이상은 "나비"라는 이름이 있듯이 "나비야"도 해보았다. 그 이후로 "(무늬 때문에) 호랑아, 저기요?, 애옹씨.."등등 번갈아가면서 불렀는데 유일하게 반응한 게 "애기야"하고 불렀을 때였다. 애기는 참 사람을 좋아하고 순딩 순딩한 애옹이다. 첫날부터 다가와서 인사하고 몸을 비비면서 인사하는데 아마 이 친구는 알았던 것 같다. "네가 새로운 내 먹이 사냥꾼이구나!!"

그날 이후로, 너무 귀엽게도 외출해서 돌아다니다가 나의 퇴근 시간에는 맞춰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혹여라도 내가 조금 일찍 도착한 어느 날은 저- 멀리서 놀고 있다가 내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뛰어가더라는... (귀여워... �) 그러고선 밥 달라고 수다쟁이가 된다.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식사를 챙겨드리니 애기는 나한테 보답을 하고 싶었나 보다. 어느 날은 테라스 앞으로 라따뚜이를 물어오고, 어느 날은 새를 물어오고... 다 거부하니 정말 작은 도마뱀을 물어왔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지 않고 치우면서 혼냈더니 애기는 삐져서 그날 등 돌리고 앉아서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몇 시간 못 가서 "만져 주랴냥"하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말 못 한 고민이 있으면 애기한테 가서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 작은 아이가 주는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주 가아끔 선물을 가져올 때는 무섭지만 그래도 이리 사랑스러운 아이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주인이 있는 것 같지만 없는 것 같다. 보통 이곳의 산책 냥이는 목걸이를 하는데 이 아이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오나 맑으나 늘 내 방 테라스 앞에서 있는다. 아침에도 여기서 나를 반겨주고, 밤늦은 시간에도 밖을 보면 화단에서 숨어서 자고 있다. 물 맞는 것을 너무 싫어한 아이인지라 비가 오면 문 앞에 앉아서 "나도 들어가고 싶어"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내 집도 아닌지라 내가 케어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팠을 때, 왜 화단에서 불편하게 그렇게 자는거야... 가출하고 돌아와서 이쁘게 쳐다보는 애기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은 내가 너 많이 이뻐해 줄게"하고, 아침마다 "언니 사냥 다녀올게"하면서 많이 예뻐해 줘야지 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는 애기가 잠시 몸이 안 좋았었다. 늘 먼저 다가오던 아이였는데 그때는 밥도 안 먹고, 불러도 안 오고 쳐다도 안 보고 나를 계속 피해 다녔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키워본 적이 없기에 경험 데이터가 부족해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만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애기 따라다니면서 "언니가 몰라서 미안해" "어디가 아픈 거야? 언니한테 알려줄 수 없어?" 하면서 엉엉 울었던 건 비밀이다...) 다행히 집주인도 아이가 아팠던 것을 걱정해서 병원 약을 처방받아서 먹였는데 3-4일 가출했다가 돌아와서는 마치 '동네 산책' 다녀온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우는 애기 보면서 " 잘 돌아와서 다행이야"했다. 지금은 다행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애기는 밥도 잘 먹고, 애교도 많이 부리고, 열심히 뛰어다닌다.


휴우, 다행이야 애기야.

이제 아프지 말고 언니가 열심히 사냥 다녀올 테니까 잘 놀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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