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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r 15. 2024

Ma solitude

To. S 에게.

Georges moustaki는  그의 노래 Ma solitude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지.

  「아니, 난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나의 고독과 더불어 ~.  (중략) 나의 고독은 나의 마지막 순간에 있을 것이며, 나의 최후의 동반자가 될 거야.」    

 

하지만 나에겐 이렇게 다가오고 있어.


TV 리모컨 선점을 위해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것,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까 함께 고민해 보는 것 혹은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거만 봐도 배가 부른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다는 거지. 그리고 내가 어려워하는 것, 예를 들면 복잡한 시내 운전을 한다던지, 주말 마트나 극장 등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에 식은땀을 흘리며 주차하는 것. 그리고 겨우 주차를 하고 나서도 이미 전력투구를 한 상태라 뭘 먹을지 보다는 한 끼를 때우려 가까운 식당을 가는 것으로 말이야.


나는 요즘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아직도 조금 슬프고, 몸서리치게는 아니지만 쓸쓸함을 직면하지. 가족이란 울타리를 친 보험을 중도 해약했으니, 더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겠지 하고 말이야.


나도 한 편으로는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살뜰하고 다복(?)하게 늙어가고 싶어. 남편과 투닥거리면서도 서로 측은지심을 발휘하면서 살아내고, 명절엔 가족을 이룬 아이들이 와서 북적거리는 집의 안주인이 되고, 부은 관절로 손주 보는 낙에 산다고 하는 그런 할머니말이야.      


모처럼 볕이 좋아 하똘이와 인근 해수욕장까지 다녀왔어. 바닷가 산책길엔 작은 암자가 몇 개 있지. 그곳을 지나며, 저기 계시는 분들도 그렇게 가족과 결별했을 텐데, 세상에 남은 인연들은 많이 힘들었으려나? 원망했으려나? 버림받았다고 느꼈으려나? 어떻게 사는 게 나은 걸까? 그런 생각을 했지.      


타로카드 11번은 정의(Justice) 카드야.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인 자가 왕좌에 앉아 오른손엔 칼을 왼손엔 천칭을 들고 있어. 무슨 사안이 발생하면 천칭으로 정확히 달아서 선택하고, 선택되지 않는 쪽은 과감히, 미련을 두지 않도록 칼로 베어버리는 거지(한민경 저. 나의 럭키넘버 중)  

    

이 카드를 보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했지만, 아직 미련이 남아 서성댄다는 생각을 해. 가끔 몰려오는 서늘한 외로움이 아직 낯설어서 말이지.      


S야, 이럴 때 네가 내 머리통을 힘껏 쥐어박아 줬으면 좋겠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그래서 말인데, 외로움, 두려움, 슬픔과 맥주 한잔 하며, 친해져야겠어. 바다가 보이는 내 자리에 앉아서 말이야.


S야,  너도 Zoom으로 같이 한잔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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