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Apr 01. 2024

쫌매기와 쫌매주기(2편 완)

                             

당시 넥타이를 매는 방법은 대략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종래 전통적인 방식은 매듭 모양이 좌우대칭이었으나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모양을 구현하는 방식이 새로이 등장했. 전자에서 후자로 트렌드가 바뀌는 중이었다.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여 타이를 목에 걸고 너비가 고 좁은 쪽의 양끝 길이를 적당한 비율로 나눈 뒤 너비가 좁은 쪽으로 넓은 부분을 아래에서 위쪽으로 한 번 감아내느냐 아니면 두 번 감아내어 가운데 틈으로 뽑아내는가의 차이에 있었다.    

  

나는 아직도 두 번 돌려 감은 후 약간 좁혀진 가로틈 사이로 빼어내는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어쩌면 트렌드에 역행하는 구닥다리 옛날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넥타이를 쫌매는 작은 일도 제대로 해내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제대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한 ‘쫌맨다’는 것과 ‘쫌매 준다’는 것은 그 대상이 각각 자신이냐 타인이냐에 근본적이 차이가 있었다.     


나는 최근 고향 선배 평주형이 내게 멋지게 쫌매고 나올 것을 권유한 일을 다시 떠올려 보있다. 소개팅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말이었음은 물론이었다. 소개를 해주는 자체는 나와 상대를 쫌매 주려고 노력하는 행위였고 만약 성사가 된다면 두 사람을 쫌 매주는 데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을 쫌매 준다는 일은 자신의 목에 타이를 쫌매는 일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고난도의 희생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나는 이제껏 누군가가 네 목에 넥타이를 쫌매주는 서비스를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멀리서 남의 일로 시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앞으로도 이를 기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남들이 시기 질투를 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친구들이 자주 뭉치는 우리 고향 통합 동창회에서 나는 일찍이 총무일을 세 번이나 해냈다. 12일 정기모임이나 여름 야유회는 물론 각종 경조사에 우리 친구들의 참석율을 높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우리 동창회 비장의 무기 하나가 있었다. 자가운전자인 운전병에 행선지가 맞는 뚜벅이 친구들을 적절하게 배정해 주는 일은 회장과 총무의 중요한 임무였다.  이렇게 해당일에 친구들 행선지와 출발시각 등 여러 가지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여 빈틈없이 연결해 주는 일을 “쫌 매 준다 ‘고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그럴듯한 이름 짓기로 아직도 자부하고 있다.     


행사 때마다 운전병을 자원하는 친구들과 이에 동승하는 친구들의 명단도 매번 달라졌음은 물론이었다. 적절히 잘 쫌매 준다는 일은 모임을 주관하는 회장단이 꼭 잘 해내야 하는 미션이었다. 이는 우리 모임이 활성화되는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     

 

나는 아직도 넥타이 매듭을 비스듬한 모양으로 구현하도록 쫌매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을 쫌매는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나는 현역 시절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남녀 후배 둘을 멋지게 한 번 쫌매준 자랑할만한 이력도 있다. 내 생애에 쫌매준 유일한 실적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굴지의 제도권 금융기관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던 나는 재직시절 경험을 한데 모아 보았다. 회사수익의 기본적인 기반인 고객의 외연을 늘리는 기법으로 이른바 ’MGM (고객을 통한 고객 소개)‘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객의 외연을 늘려나가는 마케팅전략으로 제일 먼저 MGM를 꼽는데 나는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 기존 고객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소개받거나 자신이 가진 인맥을 총동원하여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보다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영업활동은 없다고 보고 앗다.    

  

기존 관리고객이나 내 인맥의 일원이 새로운 잠재고객을 내게 소개해주는 일은 이 또한 직원인 나와 장래 고객을 연결해 준다는 의미에서 ”쫌매주는 일 “로 불러도 무방했. 무릇 매는 일이 자기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일이라면 누군가를 ’ 쫌매주는는 일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고향 동창 봄맞이 축제 참석자 명단에 나는 일찍이 이름을 올렸다. 나는 나와 같은 날 정년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고향 구 천호의 승용차에 동승하기로 이미 예약을 마쳤다. 이는, 회장단이 우리 동기 4명을 벌써 한 데 쫌매준 덕분임은 물론이었다.    

  

자신부터 먼저 잘 쫌맨 후 다른 이들을 서로 사이좋은 관계로 계속 새로이 쫌매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물론 부부와 친구, 친지, 직원과 고객이 모두 서로 잘 쫌 매진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      

작가의 이전글 쫌매기와 쫌매 주기(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