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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ul 07. 2024

'전공의 파업'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2편 완)

                  

초음파검사를 위해 몸을 눕혀야 하는 침대는 사이즈가 넉넉지 못했고 기타 여건도 매우 열약했다. 환자가 넘처나는 것으로 보아 시설 투자를 해도 될 듯했지만 이에 인색했다.   

   

초음파 검사는 왜 하러 오셨지요? 갑상선 기능항진증 아니면 저하증이 있나요? 평소 갑상선 관련 약을 드시고 있나요?”

검사를 앞둔 내게 원장은 퉁명한 말투로 몇 마디를 툭툭 던졌다. 평소 대학병원 전공의가 시행하던 초음파 검사와 견줄 때 살펴보는 위가 훨씬 제한적이었고 소요시간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곳에선 검사만 이루어지고 판독은 다시 대학병원에 가서 받아야 하나요?”

판독도 제가 합니다. 양쪽으로 크고 작은 결절들이 흩어져 있고 왼쪽은 석회화되어 있네요.”     

농촌에서 자라던 내 어린 시절 선친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벼농사 추수 후 모은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고 또 다른 지푸라기로 가로 세로로 엮어 만들어낸 완성품을 수매하는 가마니공판에 다름이 아니었다. 완성된 지푸라기 가마니를 가지런히 수직으로 세워놓고선 군청색 물감을 수시로 찍어 바른 등급 인증도장을 검사원이 아주 빠른 속도로 찍어 넘기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우리 원장님은 워낙 배테랑이시니까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초음파검사와 판독까지 이곳에서 이루어지느냐는 내 질문에 접수창구 직원은 한마디로 그 궁금증 모두를 일축하고자 나섰다.  

    

최근 아주 부쩍 늘어난 대학병원 환자들 몫까지 감당하려다 보니 검사 등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보였다. 어쩌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 의원은 어느덧 이번 대학병원 전공의 파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최대수혜자’중 하나가 되었음이 분명했다.


나와 비숫한 처지의 환자들은 대부분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은 시간상의 제약을 덜거나 의료진의 신뢰도 등을 감안할 때 초음파 검사는 거의 모두 이곳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예기치 않는 특수를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전공의 파업사태가 종식되기 전까지 이 특수는 계속될 것이었다.   

   

이쯤 해서 “~~ 총량의 법칙이 머리에 떠올랐다. 꼭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선가 이 초음파검사는 소화되어야 했다. 그래야만 대학교수의 진료가 원활히 진행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법조계의 소위 전관예우관행에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퇴임직후의 판사 검사들이 현직의 후배들로부터 사건을 우선적으로 몰아서 소개받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장판사나 검사장 출신이 옷을 벗고 대형로펌으로 옮겨가는 일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로펌에선 1년 보수로 @@억을 맞추어주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이곳 의원 원장도 같은 대학 출신에다 같은 병원 교수로 재직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니 이도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받고 있는 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어 보였다. 단지 법조계의 수임료 대비 개별 검사비나 잔료비간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 의료비도 1년분을 모으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었다.

  

, 소득, 학벌의 양극화 내지 쏠람 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승자독식 세상’, 1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의 프레임은 완화되기는커녕 점점 견고해지고 고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이런 판단이 잘못으로 밝혀지는 날이 오기란 요원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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