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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Sep 09. 2023

독후감

<아몬드> 사춘기 감성이라 다소 오그라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좀 읽었다.

드러누워서 파랗고 하얀 하늘을 배경으로 책을 읽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다.

글을 쓰는 친구에게 아무 소설이나 가져다달라고 했고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아몬드>였다.

술술 쉽게 읽히는 책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누운 자리에서) 완독했다.

 

한 문장으로 다소 무미건조한 요약을 해 보자면 <뭐든 중간이 좋더라>는 것에 가까우나,

그냥 내 맘대로 그 중 한쪽 편으로 치우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찬사의 감상을 해버렸다.


모든 것을 남들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고 느끼도록 설계된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감성적'이라거나 '감정적'이라고 표현되기에도 썩 적절치는 않다.

많이 본다는 것은 같은 상황에서 머리속 연쇄반응이 더 빠르게, 더 멀리 일어나는 것을 전제한다.

거대한 사회적 맥락, 인간관계의 복잡한 다이나믹, 각 개인의 섬세한 존재들.

능. 어쩌면 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수많은 재능의 영역들 중 하나로.


특수교육이 다루는 범위가 양 극단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럼 그렇지, 생각했었다.

남들보다 선명하게 보는 것. 그것이 뛰어난 이라고 한들 바뀌는 없다.

뭐든 중간이 좋더라, 라는 식상한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기에.


내가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대상은 그 모두지만,

특별히 더 찬사를 보내는 대상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내면서도 자신의 귀한 마음을 지켜내는 친구들이다.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다", "내면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인류애가 넘친다" 는 류의 특성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예쁘고 고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은 꽤나 거친 경우들이 종종 있다.

특히 <남들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고 느끼는> 사람들이 해당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사랑스럽고 유들유들한 모습에 속지 말길.

그런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누구보다 처절한 싸움들을 해왔을 테니까.  


책의 곤이에게 말을 건낼 수 있다면 이런 말들을 던지지 않을까.

그게 진짜 존나 강한거라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카리스마는 너가 지금 동경하는 사람들이 흉내도 못내는 종류의 단단함이라고.

그러니까 실컷 울고 쪽팔려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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