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혹은 미련. 그 사이
퇴사한다고 얘기한 게 바로 어제다.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회사가 직접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누가 함께 희생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
팀장님은 내게 정말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도 그럴게, 나는 직무를 변경한 지 불과 1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1주일 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먼저) 그만두면서, 팀장님은 내게 그 직무를 새로 해볼 것을 제안했다.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있는 걸 팀장님도 알고 있었는지, 정말 열심히 동기부여를 시켜주었다.
사실 팀장님 입장에서는 사실 당장 공백을 채울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도 많이 마음이 기울었었다.
그래, 나가더라도 최대한 많은 일을 배워보고 후회 없이 나가자!
최대한 이 회사를 이용해 먹고 나가야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일을 했지만, 회사는 나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었다.
어제 회사에서는 구조조정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 회사는 참 마음잡고 일해보려고 해도 도와주지 않는다.
모두가 불안해했고, 나는 결국 퇴직의사를 밝혔다.
* * *
그렇게 퇴사한다고 해놓고서는 오늘 아침부터 참 열심히도 일했다.
퇴사일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내가 해놓을 수 있는 일은 다 해놓고 싶었다.
sns채널 피드도 새로 올리고, 새로운 제휴 제안서도 검토하고, 새로운 콘텐츠까지도 기획했다.
심지어 1월에 발송할 콘텐츠 레터까지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놓았다.
일을 몰아쳐하면서도, 속으로 양가감정이 들었다.
'퇴사한다고 했으면 인수인계서만 써놔도 양반이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니'
아마도 나에게 남아있는 약간의 책임감. 그리고 나머지는 미련일 것이다.
'나 그래도 꽤 일 잘하는 직원이었어요.'
'나 이렇게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나에게 애사심이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내 쓸모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참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일에 대한 미련도 느껴졌다!
나도 꽤 열심히 일해왔는데, 갑자기 다 남기고 나가려니 뭇매 아쉬웠던 듯하다.
내가 맡았던 일이라 내가 끝맺음을 하고 싶고,
내가 기획했던 일이라 내가 결과를 보고 싶다.
평생 회사원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제 다시는 못 경험해 볼 업무라고 생각이 드니 조금 아쉬웠나 보다.
어제, 그리고 오늘 오전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반차를 냈다.
브런치를 쓰면서 점점 퇴사한다는 게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