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에게 평생직장이 될 수 없는 것을 깨달았을 때
"회사가 정말 많이 어렵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기까지는 수많은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내가 어떻게 좀 더 실적을 냈어야 하는데...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사실 한 개인이 혼자서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면 직원이 아니라 CEO로 앉아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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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9년을 넘어 이제 10년 차를 바라보는 시점.
그동안 벌써 3번의 이직을 경험했고 지금이 4번째 직장이다.
그동안 거쳐왔던 직장이 어땠는지 돌이켜보았다.
첫 번째 직장. 서울 5성급 탑티어(Top-tier) 호텔
두 번째 직장. 감각적인 콘셉트가 눈에 띄었던 부띠끄 호텔
세 번째 직장. 급부상했던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그리고 현 직장. 업력 2-3년의 소규모 스타트업.
첫 직장은 내가 다닐 때만 해도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알 정도로 네임밸류 높은 브랜드 호텔이었지만, 경영악화로 인해 벌써 2년 전 영업을 종료했다.
두 번째 호텔 역시 코로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인원 감축이 있었다고 한다.
세 번째 직장은 스타트업이지만 가파르게 성장해서 중견기업의 위치를 바라보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경기침체를 이겨내지 못했고, 많은 기업들이 잇따른 구조조정을 할 때 함께 편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현 직장. 현금이 너무 부족하여 당장 한 달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시점이라고 한다.
어릴 때는 취업만 성공하면 앞날이 밝을 거라 생각했다.
탄탄대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차곡차곡 노력을 쌓아가면 안정적인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괜히 공무원 열풍이 부는 게 아니듯, 회사원은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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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
사직서 한 장 고이 마음속에 간직 중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말이다.
회사 생활은 그 말대로 매우 치열하다. 사내 정치는 물론이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업무에서의 성과, 경력 발전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남고, 승진을 한다고 해서 편해지면 참 다행이지만,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이 따른다. 사원은 애초에 실수의 크기도 작고, 상사한테 몇 번 혼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급과 책임이 있을수록 내 개인의 업무와 더불어 부하직원들의 실수까지 수습해야 한다. C-Level인 상사에게 들었는데, 며칠 전에도 대표에게 회의실 불려 가서 혼났다고 한다. 성과에 대한 압박은 모든 회사원이 다 가지고 있지만,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받는 압박은 그 부담의 크기가 분명 다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이 생활을 평생 이어갈 자신이 없다는 것.
'너무 치열한 경쟁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초래하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균형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참 말은 쉬운데,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워라밸!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마법의 단어!
애초에 워라밸을 균형 있게 잘 유지하는 사람은 나와 같은 고민은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경쟁을 정말 못 견뎌한다.
정치에도 참 재능이 없다. 내가 온라인 게임을 하면 경쟁전은 절대 하지 않는데도 이유가 있다.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나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가 먼저 승진이 됐다.
팀마다 관리자는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대표의 말에, 고작 팀원 세 명이서 그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2년을 경쟁하기도 했다. 승진해 봤자 돈을 훨씬 많이 받는 것도 아니란 걸 알면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직장생활 몇 년 하다 보니 나 자신을 포장하는 법과 '쇼잉'하는 법도 많이 체득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엄청난 야망인과 포부를 가진 사람으로 잘 포장해서, 세 번째 직장에서는 꽤 빠르게 승진도 했다. 그러다 결국은 거품이 꺼졌는지(ㅋㅋㅋ) 결국 마지막에는 구조조정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었다.
꽤 열심히 일해왔다고는 자부한다. 주어진 일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했으며, 주머니 속 송곳은 아니더라도 1인분은 해내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어려운 현재 회사 상황.
처음엔 어떻게 성과를 더 내서 이 상황을 헤쳐나갈지 여러 방면으로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돔황챠'라는 마음으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하며 이직처를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목소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평생 회사원으로 살 자신이 없어'
그렇게 프로이직러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내가 계획 없는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원이 아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너무 많아!
내 세계는 아직 더 커질 수 있어!
실시간 퇴사LOG 이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