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적 세계관에 대한 고취
행복이 멀리 있지 않듯, 지옥도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하자고 외치는 모든 말들, 행복하기 위한 많은 행동과 수단들이 인생이란 여정 속에 고통과 역경과 시련이 공존한다는 것과 우리네 삶은 보편적으로 행복과 멀리 있음을 반증해주는 듯하다. 행복하기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은 꽤나 힘든 여정이다. 이 책의 저자 심리학교수 마샤 리네한의 회고록처럼 쓰여있는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를 읽고 있노라면, 저 건너편에 작은 점같이 보이는 행복에 닿기까지의 힘겨움, 그런 힘겨움 속에서의 삶이 버거우면서도 쉽게 놓아질 수 없는 어떤 것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저자의 어렸을 적, 비수인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라왔으며, 경계성 성격장애를 겪으며 느꼈던 지옥같았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힘겹게 꾸역꾸역 살아내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결정을 할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심리학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개발하기 까지의 과정들을 풀어낸다. 한번도 이 이야기를 강의를 통해 해본 적 없다던 그녀의 글 속에서 내가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정말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애쓰는 순간들이었다.
변증법적 행동치료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처한 삶의 수용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의 포용사이에서 역동적인 균형을 잡는다(35.p)
비수인적 환경, 즉 가까운 사람에게 그 자체로서 수용되지 못하고 무시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온 저자의 어린 시절은 내 지나온 과거들 속의 상처들 또한 생각나게 했다. 수용받지 못했던 나 자신, 그리고 나 또한 수용하지 못했던 사건,사람,행동,환경으로 인해 나와 나를 거쳐간 사람들이 불안감으로 채워진 마음의 구석구석을 행복으로 힘겹게 지워나가야 했음을 깨닫는 순간은 나와 내 주변,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변증법이란, 대립되는 것들의 통합을 통해 그 순간의 진실을 구하는 과정이고, 자연의 만물은 대립되는 요소들 사이에서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337.p)
나는 누군가 특이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이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그 사람이 특이한건가 생각하게 된다. 나는 특이하게 바라보고 싶지 않다. 그저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경험과 배움을 통해서 되어진 지금 그 순간의 그 사람을, 그냥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변증법적 행동치료 과정에서도 치료사와 내담자 사이의 대화는 수용과 변화 그 어디 중간지점을 찾아나서는 시소라고 표현한다. 이같은 변증법은 어디에나 있다. 왜냐하면 세상 자연의 만물 속에서 대립적인 요소들이 역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변증법적 세계관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대립적 요소들의 역동적 균형 속에서 우리는 상호교류를 하면서 살아가고, 따라서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음을,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337.p/338.p) 따라서 수용적 태도의 핵심은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다는 것에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던 피터슨의 '질서너머'에 따르면 창의적 변화는 기존의 것의 수용, 그리고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더 높은 것의 가치 추구를 통해 창의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변증법적 행동치료 속에서도 저자가 말하는 철저한 수용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됨으로써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동감한다.
철저한 수용을 위한 6가지
고통에서 해방되려면 현재 상태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수용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 대한 고민에서 완전히 벗어나라. 더는 현실과 싸우지 마라.
수용은 지옥에서 나오는 유일한 출구다.
고통은 당신이 그 고통을 거부할 때만 괴로움을 유발한다.
그 순간을 감내하기로 마음먹는 것이 수용이다.
수용은 현 상황을 아는 것이다.
뭔가를 수용하는 것은 그것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과는 다르다.
변증법적 행동치료는 삶의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인생에서의 고통과 역경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좀 더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실과 싸우는 것, 고통받기를 거부하는 것을 그만하고, 그저 철저한 수용을 통해 진정성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성장과 발전을 경험하는 인생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기꺼이하기(willingness)는 현재 상태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우주와 하나가 돼 우주에 동참하고 그 순간 필요한 일을 행하는 것이다. 당신이 옳더라도 자신이 옳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을 만한 일들을 행하되 해야 하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기꺼이하게 되면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기꺼이 하기는 신의 의지나 우주의 인과적 요소의 수용으로 자신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기꺼이하기란 매 순간 살아있는 것의 신비로움에 수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