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즐리 Jun 25. 2023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가 이야기하는 영성과 인간


철학 관련 유투브를 보다가 알게 된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기독교적인 부분과 그녀만의 철학이 굉장한 비유적 표현과 메타포들이 많아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책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게 해 주었던 책이라고 설명했던 영상 속 유투버의 말이 계속 맴돌 수 밖에 없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온전히 나만의 독서로서 책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책을 읽을 때에 서문이라던지, 책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에 대해 상당히 경계를 하는 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그런 것들을 조금씩 찾아보는 편인데, 이 책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라는 평에 의지하여 읽어나갔던 책이다. 내가 본 시몬 베유의 철학 사상은 실재하는 세계에서 설명하는 것이 아닌, 형이상학적인 세계에서 다뤄지는, 상당히 관념적인 설명이 대다수라 이것을 내가 잘 이해했는지도 사실 애매하지만, 내가 최대로 이해한 그녀의 영성철학을 부족하지만 써내려가볼까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중력은 하강에너지, 우리 인간을 낮아지게 만드는 부정적 에너지를 뜻한다. 그리고 은총이란 상승하는 에너지, 우리를 높은 곳으로 향하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말하며 신의 은총이 있어야만 부정적 에너지, 중력에서 벗어나 위(하늘 or 천국)로 향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자연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법칙 안에서 유기체들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세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으며, 중력 또한 그 여러가지 요소들 중 하나이다.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 그것은 어느 한 쪽이나 치우지지 않고, 고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이지만, 이 부분에서 시몬 베유는 빈자리와 보상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설명하려 한 것 같다. 빈 자리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중력, 끌어당김을 통해 타인에게 무언가를 빼앗기면 그 빼앗긴 부분에 대한 빈자리가 생성된다. (빼앗기는 무언가는 실재하는 것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비실재하는 것들,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결핍 등도 포함하는 듯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보상을 원하게 되고, 자신에게 해를 끼친 타인에게 똑같이 해를 끼침으로서 보상받으려 하는 인간의 마음. (이를 테면 내가 떠올렸던 단어들은 복수하겠다는 마음같은 것.) 빈자리가 생기면 빈자리를 채우려 하는 욕구들은 은총을 통해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김을 이야기한다. 은총을 통해 우리는 용서를 알고,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설명한다.

베유가 이야기하는 빈자리는 인간이 죄를 짓게 만드는, 욕망의 근간이라고 보는 듯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빈자리에 대한 정의는 단락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은 변하는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빈자리란 중력에서부터 비롯되는, 결핍에 대한 보상. 그렇다면 은총으로서 우리가 빈자리를 견디고, 은총으로서 빈자리가 채워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또 그렇지 않다. 은총이란 정의는, 신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내린 선물. 당신 자신까지도 내어 준.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선을 행하도록 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선을 행하도록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선을 행한다는 상상까지도 시몬 베유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신이 내린 은총으로 어떤 초자연적 힘이 발현되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상을 경계해야한다고 말이다. 환상이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욕망의 대상에 대한 인식 없이 절대적인 선을 위해서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그런 인식없이 우리가 어떻게 신의 은총을 자각할 수 있을까? 시몬 베유는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통해 주의력을 돌려 우리에게 주어진 보상을 인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태복음 6장 2절, “내가 이제 분명히 말하거니와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신이 존재함을 믿는가? 오늘날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신이 존재함을 믿는 것이다. 믿음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 자라나는 것이라며 어릴 때 들었던 설교가 생각이 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신이 없는 이 세상이, 종교가 없는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세상도 결국은 빈자리들의 세상이다. 신의 은총으로 우리가 이 빈자리들을 견디고, 그것을 넘어 나약한 우리 존재들이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을 기반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서술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죽음의 수용소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