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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Apr 11. 2024

현직 교사가 추천하는 독서 교육

학교 독서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책장을 넘기며 책에 빠져드는 아이들, 책장을 만지작거릴 뿐 쉽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 눈은 책을 향해 있지만 딴생각에 잠긴 아이들이 있다. 또 요즘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검색하면 되는데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학생들도 많다. 

얼마 전 초등학생으로부터 학원 숙제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량은 비교적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 초등학생의 대답으로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고,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칼럼을 엮은 책 <미세 좌절의 시대>에서 인터넷과 SNS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식은 대개 짧지 않다. 지식이란 정보들이 논리에 따라 연결되어 있는 구조물이다. 깊은 지식일수록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다. 따라서 문맥이 중요하다. 책 한 권을 문장 단위로 분리해서 마구 흐트러뜨린 뒤 순서 없이 읽는다면 그 책의 모든 글자를 다 본다 해도 제대로 이해하는 내용은 아주 적을 게다. 그게 인터넷이고 소셜 미디어다."


덧붙여 유튜브 방송에 책 소개를 위해 게스트로 참여했던 또 다른 작가는 한두 시간 분량으로 촬영했던 방송 내용이 자신의 책에서 말한 내용의 20% 수준이라고 했다. 한 시간이 넘는 유튜브 방송은 굉장히 긴 분량에 속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인터넷과 SNS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책으로 얻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책 한 권을 쓰면서 작가가 같은 내용만 반복할 수는 없다. 전후 사정을 포함한 자세한 설명, 논리를 갖춘 근거 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책은 비교적 여러 검증단계를 거친 신뢰도가 높은 매체이다.


문체부에서는 2년마다 국민 독서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데, 2021년 발표한 자료에서 '독서 권장의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성인의 경우 '과거 학생 시절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책 읽기를 권장했다'는 응답이 56.5%로 나타났다. 학생의 경우 '부모님의 독서 권장 비율'은 55.5%, '선생님의 독서 권장 비율'은 56.0%였다. 학생들의 응답이 주목할 만한데 초·중·고 학생의 경우 연간 독서량이 많을수록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께서 책 읽기를 권장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독서를 권장하는 문화나 독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독서 지도 등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효용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필자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 책을 읽는다. 이때 아무 말 없이 필자도 책을 꺼내 같이 읽었다. 이렇게 두어 시간 동안 책에 빠져 각자의 독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독서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개인적인 일이고 몰입의 순간이다.



도서관의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도서관에서는 대개가 책을 읽고 있고, 개방된 장소이며 권장되는 행동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떠들거나 휴대폰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기는 어른들도 쉽지 않다. 또래 친구들 또한 책을 읽고 있으니 독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본래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존재 아닌가.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책을 탐색하며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이 고른 책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경험 또한 유용하다. 그런 시간이 쌓여 자신만의 독서 지도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도서관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며 쾌적한 장소와 수없이 많은 책, 다채로운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필자의 역할은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것, 좋아하는 간식을 사주는 것 등이 전부인데 이는 도서관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 형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예컨대 도서관은 책을 읽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즐거운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2021년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이용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도서관의 날'이 지정되었다. 매년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이며 작년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도서관의 날을 포함한 일주일간을 도서관 주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올해는 4월 12일에서 19일까지이다. 도서관 주간을 맞아 울산도서관을 비롯한 각 구, 군 도서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제2회 도서관의 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도서관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울산경제 20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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