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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늘 Jun 12. 2024

250612

너의 안부 - 성현주


개그우먼이자, 여성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살아오며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꾹꾹 눌러 담은 글. 난 이 책을 읽으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꽤 많이 참아야 했다. 이 글엔 작가의 전부였던 아이에 대한 얘기가 담겨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글에 실려 와서, 난 아이를 낳지도 않은 햇병아리 어른일 뿐인데, 그저 내 몸 건사하기 힘든 청년일 뿐인데 자꾸 가슴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울컥거렸다. 눈에서 물이 나오려 하길래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 번 읽어보시라. 내 말이 그냥 하는 말인지 아닌지.

책에 대한 감상에 이 글이 조금이라도 선입견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용은 차치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만 얘기하고 싶다. 난 책을 읽고 '예쁘게 살자'라고 다짐했다. 감정은 가격표에 계산되지 않는다. 어떤 행위에 대한 내 감정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가령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면 그때 난 내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첫째, 돌부리를 흘겨보며 씩씩거린다. 둘째, 집으로 가서 상처에 연고를 바른다. 난 두 번째 인간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다짐은, 이 책을 읽고 더 짙어졌다. 돌부리에 걸린 일 따위로는 이런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큰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감정의 거리가 100미터를 넘어 1킬로, 10킬로가 됐을 땐 조금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조금의 거리에선 1도의 차이가 손톱만큼의 차이일 수 있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1도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인생은 짧지 않으니 내 태도의 차이는 무서우리만치 큰 변화를 갖고 올 거다. 우리 인생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짧다면 생각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저자이자 개그우먼인 성현주 씨는 절망 같던 시간을 개그로 승화했다. 누군가를 하늘나라로 보냈던 글에서 그녀의 동료들이 조문하는 장면을 얘기하는 구절이 있다. 김원효, 양상국, 허경환 등 우리에게 익숙한 개그맨들이 각자의 유행어로 떠나간 이를 배웅하는 장면을 보며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저렇게 장난스럽게 망자를 대한다고?' 싶다가도 이게 그들의 방식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달리하자는 생각은 이 장면에서 비롯됐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는데 그들이라고 왜 슬프지 않겠나. 오히려 글을 읽는 나보다 더 황망할 그들이, 정말 속없이 장난으로 떠나간 사람을 그렇게 배웅했겠나. 그들 나름의 방법이었으리라. 아마 마음속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리라. 내게 주어진 삶을 비극과 희극으로 나누는 건 전적으로 우리고, 소화하는 것도 결국 '나'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시니컬하다면 난 팽팽해진 고무줄처럼 살다가 결국 끊어져 버릴지 모른다.

세상에 비극이 많다는 것을 어림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눈으로, 글자로, 어떻게든 내가 보고 느끼는 건 다른 문제다. 글로 보며 한 번 더 새삼 깨달았다. 세상엔 비극이 섬처럼 군데군데, 그리고 촘촘히 존재한다는 걸. 그리고 내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일상 또한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난 매번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언제나 우연한 계기로 이 문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새침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당장엔 감정 변화가 없이 잔잔한 마음을 갖고 사는 데 도움이 될 진 모르나 난 조금 더 아프고 괴롭더라도, 하물며 감정이 파도처럼 일어 마음이 울렁거리더라도 기꺼이 타인과 세상에 마음 쓰고 싶다. 공감도 지능이라는 문장을 읽었다. 공감하지 못하고 모른 척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지능이 낮은 문제일 수 있다고. 꽤 공격적인 어사지만 좋은 부분만 소화해 읽어보면,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하단 말이다. 난 자주 공감하고, 힘껏 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말에 힘껏 귀 기울이고 그들의 좋은 태도를 배우고 싶다. 태도는 내 거울이 되고, 거울은 내 생김새를 만들 거다. 난 내 거울이, 내 모습이 좀 더 크고 밝게 비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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