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Jun 10. 2022

슬픔을 안고 사는 그대에게


너는 나와 다르고, 다른 누구와도 달라. 너의 경험, 너의 감정과 생각이 구축한 세상에서 사는, 유일한 사람은 너뿐이야. 너의 세상은 자유롭기도 하고, 때로는 외롭기도 할 거야. 너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테니. 이해받지 못하는 말들에 치이고, 수치심, 두려움, 분노가 쌓일 때 너는 마음에 감옥을 만들어.


너는 아직 너 아닌 다른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해. 열, 스물, 서른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 너는 상처를 어떻게 다룰지 배운 적이 없었어.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흐를 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줄 알았을 거야. 고통이 네게 붙었을 때, 불편한 그것을 어떻게 떼어낼지 몰라서 차라리 자꾸만 껴안았겠지. 네게 흡수되어 괴롭히는 그것을 마음의 감옥에 넣었을 때, 네 가슴이 함께 묶인 걸 몰랐겠지.




그것들은 종종 나가게 해달라고 네 가슴을 쾅쾅 두드리지. 너는 그것을 해방시키는 방법을 모를뿐더러 혹여 그것이 삶을 방해할까 두려워서 네 안에 숨겨두려 하지. 그것이 빠져나갈까 두려워질 때면, 더 깊은 지하 감옥에 넣고, 꽁꽁 묶어두는 일을 반복해. 그것들이 덤점 더 내려가 깊은 감옥에 단단히 묶이게 되면 너도 서서히 그들의 존재를 잊어가. 그러나 그들을 묶느라 조여진 가슴은 반쪽짜리가 되어 있어.


기쁜 일도 반만 기쁘고, 즐거운 일도 반만 즐거운 거야. 왜 그런지도 모르게 허망하고, 슬프고, 지칠 때가 찾아오지. 재촉하지 않아도 삶은 여전히 나아가. 작은 괴로움들이 너를 스쳐 흩어지기도 하고, 떠나지 않는 상처가 다시금  찾아오기도 해. 반쪽 자리 가슴의 너는 상처를 마주할 일도 많을 거야. 너는 새로운 상처를 또 죄수로 만들어 묶어두려 하겠지. 그것을 감옥에 넣는데 실패하면 그 안에 갇혔던 다른 죄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서 너를 괴롭힐 거야. 감옥에 넣는데 성공하려면  죄수를 묶기 위해 네 가슴 한쪽을 또 내어줘야 해. 앞으로 얼마나 초라한 마음으로 살아가다가 네 가슴을 모조리 빼앗기고 말거니.


그럼 어찌해야 할까, 이미 반쪽짜리 가슴으로 살고 있는 것을, 이제와 돌이키지도 못하는데.



처음부터 그것을 네가 가져야 할 의무는 없었어. 너는 몰랐을 거야. 결별의 방법을 몰라서 받아준 것이 오랫동안 네 안에 살았다는 것을. 스스로 가둔 감정이 너의 지배자가 되어 답답하고 황량한 세계로 이끌었다는 것을.


그것들을 놓아줘. 조였던 네 가슴을 풀어줘.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도 좋아. 그것들을 꺼내서 날려 보내. 너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았는지를 꺼내는 거야. 너의 입과 손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은 조였던 네 가슴을 풀어줄 거야. 네가 묶었던 만큼 깊숙이 내려놓았던 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묶은 것도 네가 했것처럼 푸는 것도 너만이 할 수 있어.


내가 옆에 있어줄게. 너의 얘기를 들어줄게. 너 이기에, 그래야만 했던 일들을 알아줄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민 손을 잡으면 돼. 그걸로 시작이야. 그래, 너는 이제 슬픔을 던지고 더 행복해질 때가 되었어.

작가의 이전글 영원한 사랑을 찾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