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널 만나기 이전부터 그런 존재였어
또 한 번의 코로나로 집에 숨어 골골거리고 있을 때
미루고 미루던 핸드폰 업데이트를 하였는데 그대로 오류가 걸려 1분마다 전원이 저절로 꺼지고 켜지길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공장초기화를 진행해야 했던 상황.
그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2년 간 사진첩에 쌓인 여러 많은 추억들이 아닌 그때의 그대 사진들이었다.
1년이 훌쩍 지나도록
사진첩 속 그 사진들을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그대로 둔 채였다.
그대에 관한 많은 것들을 지우고 버리고 비워냈지만
그것만큼을 버릴 수가 없었다.
단지 사진 속 그대의 깊고 맑은 눈이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눈에 비친 그대를 사랑하던 그때의 나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였다.
너무 순수해서 잔혹하기까지 한 아이 같은 그 영혼을,
나를 필요로 해달라며 떼쓰던, 행복보다는 불행이란 단어가 더 어울렸던 그 영혼을 아직 위로해 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결국 그 사진들을 어떻게 했을까?
그 뒤로 4개월쯤이 지난 어느 한날(불과 오늘로부터 며칠 전),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 고 ‘나는 행복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에겐 더 이상 그 말 밖에는 남지 않게 되었다.
진심으로 내 안에서 우러나온 그 말을 전해야만 했던 그날은 새로운 사랑으로 가득 찬 나 자신을 본 날이었다.
그대가 내 옆에 없기에 행복한 나의 영혼을.
누군가에게 필요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의 영혼을.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내 영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