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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 Mar 24. 2022

[시로 그리다_4] 오랜 벗

대선제분_ 연필스케치 © 彼我



오랜 벗


彼我_ 作



친구, 잘 있었는가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그려


동갑내기 종연이를 일찍 떠나보내고

나 역시 갑자기 터진 전쟁 소식에

자네에게 인사도 못하고 허겁지겁 피난을 갔더랬지


그래도 자네 곁에

경성 형님이 오랜 날 함께 했단 말 전해듣고

내 조금은 위안을 삼았네만,

함께 해주지 못한 먹먹한 마음은 여전하다네


홀로 그 오랜 세월...

어찌 보냈는가

희끗희끗해진 머리며 초췌하고 빛바랜 안색에

여기저기 불에 그슬린 화마자국을 보니

이런이런, 나도 늙어 주책인가 보군

안쓰러움에 눈물이 다 나는 것 보게나


많이 외롭진 않았는가

지척에 두고도 곤궁한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애써 모른 척 했나보이

그저 한 걸음 떼면 바로 만났을 것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옛 일을 나눴을 터인데

늦게나마 이리 찾아온 무심한 벗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게나


얼마 안가

자네도 나도 이곳을 떠날 때가 올테지

암, 이제 우리도 그런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슬프진 않네

내 오랜 벗 자네가 있지 않나

그 때까지 지난 세월 하지 못한 회포나 풀어보세

요 앞 흐르던 개천에서

다함께 뛰놀던 그 때로 돌아가보지 않겠나


고단했던 삶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자네, 

편히 쉴 때도 되었지

오랜 시간 압박해온 정체성의 굴레도

쉼 없이 달려야했던 의무감도 

전부 내려놓아도 괜찮다네

그 누가 자네에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고생많았네

자네, 정말 고생많았어

이제 그만 마음 편히 쉬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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