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온 Feb 27. 2022

[박경리 작가 독서챌린지 김파우그생2기]통영을 떠나다

김약국의 딸들 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약국의 딸들이 끝났다. 용란의 남편 연학이 도끼 부림을 하는 절정 장면부터는 단숨에 읽혔다. 어머니 한실댁은 용란을 부잣집 아편쟁이 연학이와 혼인시킨다. 용란은 결혼 전 집안 종이었던 한돌과 사랑했지만 아버지 김약국에게 들켜 헤어진다. 소문이 나자, 구혼하는 부잣집 연학이에게 얼른 시집을 보내버린다. 그러나 연학은 집안 가구까지 팔아가면서까지 아편에 빠진 약쟁이었다. 집에 들어오면 용란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용란이 힘들다며 친정을 찾아갔고 한실댁은 달래 가며 연학이 있는 집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부산이며 다른 동네를 전전하던 한돌이 용란을 찾아오고 둘은 재회한다. 떠나자고 약속한다. 한돌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한실댁은 용란과 한돌이 숨어 있는 집으로 찾아와 떼어놓는다. 한실댁은 꿈을 꾼다. 연학이 용란이를 죽이는 꿈이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새벽, 한실댁은 용란이를 구하러 연학이 있는 집으로 간다.


김약국에게 비극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인간은 한없이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해진 비극은 없다. 부모의 비극, 사랑하는 이의 죽음 등 누구에게나 비극은 일어나지만 저마다 다른 결과를 낳는다.


김약국은 자기가 얼마 못 살 거라는 생각으로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다섯 낳는다.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기생 소청을 첩으로 들인다. 김약국의 행동은 자기모순이고 합리화이다.


한실댁은 물에 빠진 연학을 구해준다. 사위 연학이가 물에 빠져도 구하지 않고 흉을 볼 정도로 마을에도 소문이 자자하다.  

"아, 저런 것 아들이라고도 죽기를 바랄 긴데 장모가 와 저리 야단인고?" P293


한실댁은 제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듯하다. 제 손으로 살린 사위가 도끼를 들고 설칠 것을 모르고 아니, 실은 예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실댁이 죽은 원인이 된 용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고 턱으로 가리키며 용혜는 말하였다. P352


한실댁이 죽은 원인은 사위 용학이다.






한편 김약국이 죽자, 용빈이는 용혜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다. 김약국의 딸들 2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용빈이와 강극의 관계가 흥미롭다. 용빈은 기차에 올랐다가 독립운동을 한다고 떠났던 사촌 태윤을 만난다. 태윤 옆에는 독립운동 동료 강극이 앉아 있다. 용빈과 강극은 처음 만난다.   

강극은 용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받았다. 눈빛은 한없이 맑다. 그러나 차갑고 차가운 속에 고뇌가 감추어져 있었다. 용빈은 이상한 충격을 받으며 눈을 돌렸다. P347



"결혼은?"
하고 묻는다.
"했느냐구요?"
용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는 이렇게 했습니다."
"이렇게라뇨?"
"이렇게 마주 보고 섰는 것처럼."

P411


글에서 강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용빈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 서울살이가 궁금하다. 신선한 문장, 죽음을 다루는 연출들로 근대 한국 문학을 끝까지 재미로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 김가네 자매를 그리워할 것 같다.  


다르다는 것은 운명이 아니야. 나는 내 직업상 수없는 인간의 죽음을 보았어. 인간의 운명은 그 죽음이다. 늦거나 빠르거나 인간은 그 공동운명체 속에 있다.
(김약국의 딸들 中 P371)



매거진의 이전글 [박경리 작가 독서챌린지 김파우그생2기]용옥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