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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Oct 14. 2022

나의 물욕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3)

나 자신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어

나의 물욕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2)가 우연찮게 많이 읽혀서 글을 이어서 쓰게 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에세이입니다... 모든 분들의 소비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ㅜ


2. 분수에 맞게 살자!


내 개인의 물욕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인정하기 싫었겠지만 내가 했던 대부분의 과소비들은 허영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소비가 그렇진 않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때로 과소비로 이어지는 것들의 대부분은 나의 허영심에서 비롯되었다. '갖고 있으면, 내가 더 대접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가치가 높아지지는 않을까.' 등등... 물론 나 또한 모든 명품 소비가 허영심은 아니었다. 좋은 옷을 잘 보관해서 오래 입으면 싼 옷을 여러 벌 사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의 가치관을 따라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가끔 나의 허영심이 불쑥 고개를 내밀 때 나의 과소비 욕구가 폭발했고, 그때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나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하곤 했다.  


내가 이러한 나의 과소비를 '허영심'이라는 다소 공격적이고 다분히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한 이유는, 그 소비는 나에게 지 않는 소비였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으로, 나 혼자 모든 걸 책임지며 살려고 한다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소비들이었다. 나의 월급을 한참 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이유가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소비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정말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때의 나는 철이 없었고, 내 주변에 있는 잘 나가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불만족하며 살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스스로가 너무 철없고 어리다고 생각이 된다.


사람들이 하는 어리석은 생각들 중 하나는 비싼 가방을 들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몰면 부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내가 느꼈던 점은, 정말 본인이 그렇게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내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면 그 소비의 끝은 없다는 것이었다. 외제차만 몰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일까? 그 정도의 소셜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돈, 그리고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각종 소비'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차에 맞는 좋은 옷과 가방들도 사야 하고,,, 그 인간관계들을 유지하기 위한 자리를 갈 것이다. 결국은 들통나게 되어있다. 사기꾼이 아니고서야, 결국 '그 정도의 그릇을 안 되는 사람'이 숨기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은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진짜 있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일상적인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다.) 나의 문제는 작은 공무원 월급으로 그 정도의 사치를 하는 것은 명백하게 과소비였고, 그 과소비의 대부분이 아름다움에 대한 탐닉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한 데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나고,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고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행동을 했다. 여유가 있고, 본인이 자신감이 있으니 굳이 상대방에게 증명해보일 필요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소비에도 크게 연연하 않았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자,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3. 그것들은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이 아니다.

스스로가 과소비의 원인을 인정하니 나 스스로가 좀 더 의미 있고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소비가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왕 하는 소비라면, 나에게 조금이라도 행복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소비는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고민하는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동시에 지루했다. 끊임없는 고민 끝에  스스로가 느낀 나의 행복한 소비는 다음과 같았다.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것, 독서에 쓰는 돈, 나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좀 더 경제적으로 소비하는 것.

실제로 이러한 기준에 맞춰 소비를 하게 되자, 행복감과 만족감이 굉장히 많이 상승했다. 때마침 나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하여 모든 sns도 핸드폰에서 삭제했고, 그러다 보니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가 굉장히 줄었고, 그것들이 나의 과소비의 주원인이었기 때문에 나의 물욕 또한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브런치는 하나의 대나무 숲 같다.

말을 하고 나니 후련하고, 나 자신을 글과 같은 수단으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되며 성장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물욕이라기보단 겉멋 든 철없는 20대가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하면서 느낀 현타와 생각 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도 했음.. ㅋㅋㅋ) 인정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그것이 내가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라면 더더욱) 새로운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브런치라는 익명의 공간은 구체적인 나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에서 훨씬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더 좋은 것 같다.


글쓰기 실력은 한참 부족하겠지만, 브런치와 글쓰기의 순기능이 이런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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