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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Nov 02. 2022

여군이 민간인과 소개팅을 하면 생기는 일

여군 같이 안 생겼어요!

사관학교 생도 시절에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남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소개를 크게 받을 일이 없었다. 그래 봤자 동네 친구들에게 한두 번, 경찰대 친구를 통해 경찰대 학생을 소개를 받거나, 타군 사관학교 생도를 소개받는 경우가 다였다.


 서울에 올라온 이후,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사람들을 소개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 사실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았었는데, 개를 받으면서 자주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가로수길의 한 음식점으로 소개팅 장소를 정하고 처음 만나던 날,


" 안녕하세요,  00 씨 맞으신가요? 군인처럼 안 생기셨어요! "


거의 99% 의 확률로 민간인을 처음 소개받으면 만나서 인사할 때  군인처럼 안 생겼다는 멘트가 나왔다. 그들의 입장에선 '여군 = 빡빡머리 군인, 아니면 짧게 머리를 자른 군인'인 것인지, 치마를 입고 긴 머리인 내가 군인처럼 보이지 않고 '민간인'처럼 보인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여군들이 항상 이런 복장으로만 있는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의 패턴다.

' 무슨 일 하세요?'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하고 물어보다 보면 각자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는 여기서 사람들의 군생활에 대한 이미지와 기억들을 엿볼 수 있었다.


군생활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비교적 규모가 큰 부대에서 있으셨던 분들은 군생활에 대해서 긍정적인 리액션을 주셨고, 군생활에 부정적인 분들은 '멍청한 고문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융통성 없고 크게 머리를 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사관학교 군인 출신 장교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진급되지 않아요? 군생활 그냥 출근해서 커피만 마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놀랍게도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하자 면전에서 농담처럼 이런 이야기하는 분이 계셨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실제로 본인이 사병일때에 느꼈던 간부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소개팅을 하기 전부터 선입견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자꾸 말이 길어졌다.


현재 나의 보직이나 업무들을 어느 정도 설명하다 보면, 항상 나왔던 반응도 비슷했다.


 " 아, 군인들이 그런 업무도 해요? 대단하시네요."


라고 한다. 우리 부서 같은 경우도 각종 기관들 협조하에 업무들을 진행하고, 각종 법규를 검토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워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본인과 연관이 크게 없는 직업(?)이다 보니 업무적인 부분에서 길게 이야기가 되는 분들은 아직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취미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는것을 좋아하고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평소에는 바지보다 치마를 자주 입는다. 이런 내 취향을 이야기 하면 "군인 같지 않은 취미"를 가졌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밖에도 군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들이 엄청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경우들도 간혹 있었다. 조금 나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나와 훈련 배틀(누가 군생활 동안 훈련을 더 많이 했나)을 하려고 하거나, 어떤 누군간 나에게 팔 굽혀 펴기와 싯업 기록을 묻기도 하는 분들도 있었다. 론 나이가 들고 나서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없기는 하지만, 뭔가 그들이 생각하는 "여군"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던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한 여군 이미지.jpg (맨날 그런건 아니에요...)


사실 20대 후반으로 가게 되면서는 결혼 등 현실적인 것들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여군 장교라는 직업이 굉장히 팔자가 세고 순환 근무라 가정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이 드셨는지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 조율이 되지 않아 소개팅이 3번이 지나도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히나 나의 경우는 사관학교 졸업 장기 자원이라 더더욱 장기적인 진로가 정해져 있는 인원이라 그랬던 것 같다.


군인이라는 직업 안정성이 보장이 되긴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 또한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자녀의 주 양육자라는 인식 때문에 더더욱 자녀의 양육에만 전념할 수 없는 여군의 상황이 부담이 될 것이다. 군인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는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는 가정 이외에도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부담되는 존재는 것을 소개를 받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그중엔 잘됐던 소개팅도 있었고, 상대는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던 상황들도 더러 있었지만 마음에 들었던 분도 고민 끝에 현실적인 야기를 하실 때에는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나는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감수하고 이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게 되었다.




간혹 가다가 위탁교육을 서울로 가거나, 서울로 근무를 하게 된 선배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평생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말하고 결혼부터 하는 경우를 봤다. 물론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명백하게 상대를 속이는 것이고 앞으로도 나의 직업 계속 원망하게 될 것 같아 상대가 묻는 말에는 솔직하게 대답하다 보니 더더욱 만남으로 이어지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최근에 소개를 받았던 분 또한 직장도 안정적이신 회계사이시고 취미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겹쳐 대화도 잘 통했는데, 오랜 대화 끝에 내가 그분이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없을 것 같아 적당한 관계에서 마무리 짓게 되었다.(주말부부 x, 서울에 계속 거주 등)


아, 그리고 여군 동기 및 선후배들의 배우자나 애인의 99%는 군인이다. 아무래도 군생활에서 생기는 고충들은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제일 잘 이해해줘서 그런 것 같다.


당분간은 사실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어 소개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소개팅을 하게 된다면 이런 모든 것들을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개팅할때마다 이 농담도 간혹 나옴...

PS ) 그리고 계급 말하면 다들 이 농담도 치시는데 만약 누군가가 여군과 소개팅을 하시게 된다면 이 농담은 안 치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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