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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Nov 07. 2022

커피를 끊었습니다.

카페인 중독자의 커피 끊기 10일 차

* (커피를 끊었습니다) 시리즈는 제 일기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던 내용입니다.

좀 더 공유를 하면 좋을까 싶어 브런치에 용기 내어 올려봅니다.  


22. 9.26.(월) 오늘의 일기


내가 커피를 그만 마셔야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순했다.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어느 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여느 때와 같이 '아아'를 테이크 아웃해서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마신 지 얼마 안 되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심장이 컨트롤이 안되다 보니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누가 볼까 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헛구역질을 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커피를 마시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공황 증세가 비슷하게 발현되며 커피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도 갖고 있는 불안증을 커피가 좀 더 악화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불면증이 생겼다. 물론 불면증이 생긴 것은 커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커피를 마시는 날은 새벽 3~4시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괴로워하게 되었다.


나에게 커피는 커피 그 이상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아침에 출근하면서 테이크 아웃하는 메가 커피는 자양강장제이고, 퇴근 후 수다를 떨면서 가는 예쁜 카페는 문화생활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에게 있어서 커피는 출근 후 필수품, 식후 디저트, 그리고 친구들과의 수다를 떠는 행위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커피를 끊는 것이 두려웠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 건강을 위해서 끊어야 했다. 무엇보다 그 끔찍한 심장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니 업무를 할 때 컨디션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과감하게 끊었다.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몸이 피곤하다는 것을 뇌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아데노신을 받아들이는 뇌의 수용체에 카페인이 달라붙고, 우리 뇌는 아직 기운이 남아있고 피곤하지 않다고 오해를 한다. 이러한 원리로 카페인이 각성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카페인으로 잠깐 기운을 내더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 뇌가 아데노신 수용체를 더더욱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 커피를 마셔서 똑같은 수준으로 각성을 하려면 점점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우리 몸은 점점 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카페인 중독 상태에 있을 정도로 커피를 과하게 마시는 편이었다. 하루에 3~4잔도 모자라서 운동 전에는 몬스터라는 고 카페인 함량 음료를 들이켤 정도로 카페인에 무딘 사람이었다 보니 처음에 커피를 끊자마자 아침에 두통이 심하게 왔다. 카페인 금단 현상이 이런 것일까. 담배 금단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보며 '왜 한 번에 끊지 못하지?'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원망했다. 하루 종일 멍했고,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점심에는 밥을 먹자마자 바로 휴게실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 할 정도로 피로가 심했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나 또한 몰랐는데 커피를 끓이고 마시는 과정에서 내 뇌는 자동적으로 '주인님이 일을 하는 시간'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뇌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10일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커피 대신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뇌가 다시 '주인님이 일을 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제는 커피가 그다지 마시고 싶지 않다. 커피가 미친 듯이 당기는 날은 약 3일 정도가 지나자 없어졌다. 차를 마시다 보니, 평소에 차가운 얼음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내가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를 즐겨마시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혈액순환이 잘되고, 속이 편안해졌다. 커피를 마실 때는 항상 빈속에 마시다 보니 속이 쓰리고 아플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침마다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니 속이 편안했다. 하지만 아직은 카페인의 도움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아침에는 녹차를 마시고 있다. 녹차에 있는 카페인만으로도 충분히 각성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습관' 이 진짜 많이 바뀌었다. 굉장히 놀라운 점이 생각보다 내가 '커피'에 쓰는 비용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친구들과 카페를 가면, 빵도 시키고 커피도 시키다 보니 칼로리도 칼로리지만 돈도 굉장히 많이 썼다. 아침에 출근할 때 나 자신을 위한 자양강장제라고 합리화하며 스타벅스 커피와 집 앞에서 파는 카페의 커피도 자주 사 먹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자, 무려 일주일에 5만 원 정도의 돈이 아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불필요한 동선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줄여지는 소비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이 절약할 수 있다.


피부도 좋아졌다. 피부가 좀 더 매끈해지고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피부가 더 촉촉해졌다. 피부가 훨씬 덜 땅긴다. 전반적으로 몸의 변화는 두근거림과 불안증 많이 사라졌고, 밤에 잠을 좀 더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의 피곤함은 더 크다. 한 달 정도는 지나 봐야 카페인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좀 더 자세히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내 몸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힘든 점들은 많이 없다. 커피를 끊으면서 생기는 장점들이 단점을 압도하다 보니, 당분간은 마시지 않을 계획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커피를 끊기로 결심하거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한다. 다음 글은 한 달이 지난 후의 후기를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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