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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마을 Sep 23. 2021

자식세대에 무책임한 사회

몇 년 전 국내의 이공계열의 최고 학교라는  곳에서 학생 한 명이 자살하였는데 로봇 조립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입학한 학생이었다. 옆집에 사는 학생의 자퇴 상담을 해준 일이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특별전형으로 입학하여 4학년까지 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 두 학생은 특성화고교 졸업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성화고교란 이전의 실업계고등학교를 새로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취업위주의 교육내용이다 보니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할 수 있는 수학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양한 형태의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상황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시스템은 예전의 일원화된 선발 기준에 맞추어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의사가 오진을 하면 한 사람의 몸이 망가지지만 교육을 잘못하면 그 사람의 일생을 망친다는 말을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교육정책이 잘못되면 한세대가 일생을 망친다. 의사의 오진은 금방 알 수 있지만 교육의 잘못을 아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학부모가 교육전문가가 된 지 오래다. 일관된 철학을 가진 정책보다는 인기나 비난을 모면할 정책이 앞에 선다. 학부모가 유권자이기에. 이런 모든 부작용은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입안자들이 학생들의 일생을 망치기 위해서 정책을 만들기야 하겠냐만, 그 정책의 결과가 의도와는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수능 정시보다는 훨씬 많은 비율로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간다. 그런데 내가 학부모로 살았던 지역의 고등학교 사정을 살펴보면 이 정책과는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방과 후라는 말이 있는데 방과후 활동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이다. 방과 후에 학생들을 보는 일은 별로 없다. 모두 학교에서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내에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가 정착하려면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학을 하게 하려면 그 활동이 보장되고 권장되어야 한다. 일선 학교가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궁금하다.


대부분 잘 알다시피, 수시는 수능이라는 시험보다 다른 평가 항목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수능은 교과능력을 일괄된 기준을 제공하는 시험이다. 수시란 이런 시험 외에 내신이나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선발을 한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수능이라는 통일된 기준에 의해 선발된 학생보다 수학능력의 폭이  매우 크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정한 능력을 갖추어져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능력이 출중하거나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입시 정책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출중한 학생들은 흥미를 잃고 부족한 학생들은 좌절한다. 그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는 부모, 그러나 정작 자식 세대에는 무관심한 부모세대


나름대로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선진대학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과대학 교육을 잘한다는 미국의 한 대학은 입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수학 및 과학 과목의 기초 시험을 통해 수학할 과목의 수준을 정한다. 일정 수준을 요구하는 과목에 선수과목 제도를 엄격히 관리함으로써 다양한 학생 수준들을 수용한다. 이런 제도를 참조하여 우리 대학들로 입시제도 변화에 대학 교육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그에 맞는 앞선 프로그램으로, 아직 준비가 덜된 학생에겐 보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 변화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 제도만 가져오고 제대로 정착시킬 대책은 빈손이다. 밭에 새로운 품종을 심고 영양분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제대로 자랄길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선진국이라고 어깨가 올라가겠지만 교육에 투자하는 모양새를 보면 여전히 개도국만 못하다. 이런 시스템에 이 만큼의 인재들을 양성하여 선진국이라는 문턱을 넘어선 걸 보면 거의 불가사의란 생각이 든다.


나라의 대학 입시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이 시험은 단순한 시험으로 끝나지 않고 초중고의 교육 시스템, 학부모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는 부모들, 그러나 정작 자식 세대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는 부모세대. 오늘의 대한민국 민낯이다. 입시시스템을 제대로 세우는 일,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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