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있으면 불친절해도 된다.
주변에 의사들 중에 이런 명제에 들어 맞는 의사들을 종종 만나 볼 수 있다. 그나마 실력이라도 있으면 봐 줄만한데 불친절하기만한 의사가 의외로 많다. 정기적으로 병원 신체를 지고 있는 몸이라, 병원을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될 때도 있다.
어제는 몸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병원을 갔다. 요즘 병원도 시설이 좋아져서 옛날에는 의사가 하던 것을 최신식 진료기기가 도입되고 그것을 조작하는 기사 혹은 운영자들이 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들의 어깨가 많이 올라가고 목소리도 상당히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어제는 방사선 표시가 있는 치료실에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가게 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당연히 다른 곳에 가면 대부분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때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30대로 보이는 잘생기고 건장한 장정 두 명이 걷기 불편한 할머니 환자를 잡는둥 마는 둥 말로써 지시를 한다.
"침대에 올라가세요. 올라가서 엎드리세요"
기사 말에 애를 써 보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고 이게 잘 안되는데..."
어쩔줄 몰라하는 어머니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침대가 높아 올라가는 것이 어려워 보이자, 밖을 내다보며,
"보호자 분이 와서 좀 부축해 주세요"
'잉 방사선 해골 바가지를 그려놓고 ... 보호자를 오라고? 니들이 하면 안되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뭔 장갑을 끼고 손 모양을 무슨 수술하는 외과의사 동작을 하면서 올라가서 이렇게 저렇게 누우라고 한다. 침대가 높아서 올라가기 힘들다고 하자, 발동작 신공을 한다.
오른쪽 발을 휙-들고는 옆에 있는 앉은뱅이 의자를 발로 드르륵 밀쳐주며
"이거 딛고 올라가세요"
순간 '아, X팔 뭐 이런 것들이 다있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한마디를 꾸욱 눌렀다. 잘생긴 얼굴이 아까운 두 젊은이를 보면서
'이들이 환자와 보호자의 모욕감을 알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덕분에 친절하게 설명하는 간호사조차 불친절한 구석을 찾게 된다.
병원에서 환자는 '을'도 아닌 '병'이고 보호자는 '정'이다. 그래서 병원 모든 직원들의 의사화가 용인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병원에서 은퇴한 선배가 시설은 좋은 지 모르지만 덩치 키우느라 내실을 채우지 못했다는 한탄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10년전에 같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좀 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꾸역 꾸역 우겨 일찍 퇴원했던 이력이 있다. 화병에 죽을 것 같아서이다. 환자라는 단어가 고객으로 바뀌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에게 "UCLA 헬스시스템 이야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