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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마을 Oct 11. 2021

[수청마을에 살아요 06]나이 사십 넘어 집을 짓지 마

[수청마을에 살아요] 집 짓는 이야기는 근교에 집을 한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절차를 알려주고 소회를 적어본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집을 짓지 마라"

윗대 어른들이 하던 말이다. 처음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도 들었던 말이다. 요즘 나이가 옛날보다 20년 정도 더 산다고 하면, 육십이라고 보면 좋을 듯싶다. 옛날에는 나이 사십이 주는 의미는 요즘보다 훨씬 컸다. 사십과 관련한 말들에서도 알 수 있다. '사십을 불혹'이라 하여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나름의 주관대로 뜻을 가지는 나이라는 의미이고 '사십이면 며느리, 사위를 볼 나이'이고 보면 살아온 인생에 결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였다. '나이 사십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유행가 가사처럼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 않아도 그 궤적이 얼굴에 나타나는 나이였다.


어릴 적 작은 아버지께서 목수를 데리고 와서 집을 짓던 것을 보았다. 작은 집 사랑채에 기거를 하면서 작은 아버지와 터를 다지고, 추출돌을 놓고, 앞 뒷산으로 나무를 찾고 그 나무들을 벌채하여 나르고 참 오랜 시간을 같이 했다. 간혹 서로의 주장이 맞지 않아 실랑이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오랫동안 숙의도 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았다. 집을 짓고 나면 머리가 백발이 된다는 말도 했다.


똑같이 우리가 살 집을 마련했는데, 아파트를 마련하고 입주를 하면 그냥 '아니고 큰일 했다. 애썼다.'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애썼다는 대충 '돈 마련하느라 혹은 앞으로 돈 마련해야 하는 일'에 대한 덕담 또는 위로의 인사다. 그런데 비슷한 돈을 들이고 비슷한 규모의 안식처를 만드는 '집 짓는 일'에 대해서는 왜들 그렇게 우려의 소리를 할까?


아파트는 정찰제이며 중간에 속사정을 모른다. 그냥 속 편한 것이다. 그래서 분양가가 달라도 그냥 처음부터 얼마인 줄 알고 선택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집이 완성되면 키를 받아서 인사를 하면 끝난다. 반면 주택은 어떠한가? 주택도 설계도면을 주면 마지막에 키를 받아가면 제일 속이 편하다. 아마도 시공업체나 설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건축주일 것이다. 아마 개인용이 아닌 공공 목적의 건축 또는 자금이 여유가 있어서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건축주라면 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대부분 집을 짓는데 애착이 있고 공을 많이 들인다.

합당한 이득이 보장되면 갈등은 해결된다.


머리가 희어지도록 무엇이 건축주를 힘들게 할까?

돈, 시공의 충실도, 공사기간,  관련 업체들의 횡포, 부대 행정 절차, 인부들의 태도, 주변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민원),...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갈등요인을 기본으로 더 다양할 것 같다.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불만요소는 대부분 돈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합당한 이득'을 보장하면 이 문제는 거의 해결이 된다. 돈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는 '합당한 이득'에 대한 갈등으로 보면 된다. 물론 작정하고 사기를 할 경우는 제외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사기간, 토목 설계 사무소의 횡포, 행정절차에 따른 스트레스 그리고 인접 지주와의 갈등이 종합적으로 큰 스트레스로 왔다. 공기가 생각보다 몇 개월이 늦어지고, 바닥 관로 바꾸는데 설계비를 그대로 다시 지불하고 굴뚝의 방향과 높이를 따지는 뒷집과의 갈등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 찢긴 영혼을 다시 추스르는데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 일 년 동안 내가 살아온 세계를 벗어나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 그래'라는 말을 갈등이 시작하면서 듣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힘든 설명에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원래 그래'라는 이상한 단어. 그 시리즈는 치유의 글쓰기가 되었다. 일 년 지나서 공사에 수고한 설계를 추천한 동료, 설계팀, 시공팀, 모든 이를 불러 식사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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