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은사께서 가끔씩 했던 말씀이 있다. 물론 은사님도 스승으로 부터 들었을 것이다.
"공부와 연애는 때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많이 힘들다"
당시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군 미필자로 상대적으로 늦은 공부였던 탓에 격려삼아 한 말일 수 있다.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나온지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사오기 전부터 텃밭을 했던 탓에 도시농부의 삶은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숱한 실패담들이 채곡채곡 쌓여 간다. 가만히 지난 실패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산 선생이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생계를 위해 양계를 한다고 했을 때, 기록하고 연구하여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다산 정약용선생이나 자산어보를 쓴 손암 정약전 선생으로 부터 자연에서 배움과 삶을 어떻게 실천하는 지를 새삼 배우게 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날씨가 봄과 비슷한 가을이 되면 봄인듯 새움을 틔우거나 여름이 저물어 갈때, 시원한 날씨에 싹을 키우는 식물들이 많다. 나무 가지에도 새순이 돋아나기도 한다. 이런 식물들은 대부분 푸른 잎을 무성히 키우고는 찬바람에 시들어 죽는다. 용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밤서리에 꿈꾸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어린 시절에 서리가 내리고 난 다음 호박줄기를 따라가 보면 크다만 주먹만한 호박이 많을 이유도 봄인듯 피고 견디다가 누렁둥이가 되지 못하고 일년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싹이 난것이 아까워 비닐하우스에 애지중지 키우려 애를 썼지만 긴 겨울 한파를 견디기는 쉽지 않을 뿐 더러 일조량의 부족으로 대부분 시들어 버린다.
때를 모르고 싹을 만들면 그 푸른 잎을 보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때를 맞추는 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