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니마을 Sep 17. 2021

[수청마을에 살아요02] 터전을 찾아서

남향, 배산임수가 말처럼 쉬운가 ...

"나중에 나이 들어 병원 갈 일이 생기면 도시로 다시 나와야 되는데 뭐하러 시골로 가느냐?" 노년에 잦은 병치레로 병원을 자주 찾는 나이든 환자들을 많이 보아온 의사친구의 충고다.


시골살이의 결정은 같이 살 사람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이들 의견을 무시할 수 없지만 다들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에 아내의 동의는 절대적이다. 반응이 신통치 않다. 먼지가 많다. 이것저것 불편한 것이 많은 것이 시골살이이고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손에 자란 아내의 기억에 시골집은 불편함이 추억 속에 같이 붙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먼저 산골로 들어 살고 있는 벗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직접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아파트와 다름없는 친구의 집은 아내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충분했다. 친구의 집처럼 지어준다면 시골살이가 가능하다는 동의를 얻었다.


그때부터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짬짬이 근교를 돌아보고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 문의를 하는 것이  다른 일이 되었다. 무작정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위치이다. 그 위치는 세부적으로 두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첫째, 아직 먹고 살아야 할 생활인이니 직장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큰 병원이 차로 30분 내에 있어야 한다.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늘 가던 곳을 계속 다녀야 했다.




                         출퇴근이 가능하고 의료시설이 주변에 있는 위치와 

                                      볕이 잘 드는 배산임수의 집터


그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집의 방향이었다. 주말에 가서 쉬고 오는 집이 아니라 상주해야 하는 집이 갖추어야 할 사항을 찾아보니, 예부터 내려오던 남향과 배산임수였다. 한 번씩 찾아가는 집이야 애인 같이 풍광만 좋으면 딱이다. 늘 상주하는 집은 풍광보다 아늑해야 한다. 아늑함이란 볕이 잘 들고 바람이 덜 부는 곳이여야 한다. 그래야 사계절 나기가 편해 질 것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터를 찾으니 그런 곳은 대부분 예부터 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얼치기가 보아도 저곳이 괜찮겠다 하여 가보면 여지없이 기와집이나 문중의 제실이 있었다.


곳곳에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하여 매물로 나온 것들은 대부분 마을에 인접한 곳이지만 아늑함이나 방향이 부족하였다. 대도시 근교에 아늑함과 남향을 가지고 있는 터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결국 남향을 포기하기로 했다. 두 조건 중에 하나를 포기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청마을에 살아요 01] 앞뒤 살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