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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국수

함께

by 초록

오늘 아침은 유난히 추웠다.

겨울이라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가도 너무나도 찬 바람결에,

자극적이진 않고 따뜻하면서도 구수한 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유럽에서 지내면서 가장 힘든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다.

사먹기엔 과격한 물가, 그렇다고 해먹기엔 구하기 힘든 식재료들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단한 멸치 잔치국수 정도는 재료들이 많이 필요 없기에 만들기로 했다.

집에 있는 다시마, 멸치육수코인 등을 이용해 나름 비슷하게 나마 만들었다.


만들어서 국물 한모금을 마시니 생각보다 준수한 맛에 살짝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국물이 온몸을 타고 차가운 몸을 온화하게 데워주었다.


사실 난 한국에서 지낼 때 잔치국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본가에서도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국수를 자주 먹었곤 했지만,

아무래도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세대다 보니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문뜩 오늘 국수를 만들고 국물을 맛보니,

맛은 있지만 내가 먹고 싶었고 그리웠던 맛이 아니었다.


레시피도 본가에서 먹던 국수보다 더 복잡하고 들어간 재료들도 더 많기에,

객관적인 맛은 깊었다. 다만,

그 깊었던 국물은 내 몸을 데웠을지언정, 마음을 데우진 못했던 것 같다.


오늘 따라 유난히, 간단하고 심심한 맛의 국수가 더욱 먹고 싶다.

저녁에 다 같이 둘러 앉아 후루룩 먹던 할머니의 국수가,

오늘따라 더 깊은 추억으로 내 눈샘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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