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제가 충분히 했으니 응원만 해주세요.
지난 10월 4일.
모든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진짜 10월이 시작된 날. 연휴의 피로를 채 풀기도 전에 벼르고 벼르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동사무소 아니, 주민센터로 향했다.
결정은 이미 작년 초에 끝냈다. 18년 중반 생일인 아이를 조기입학 시키기로 한 것. 어렵게 결정한 것도 아니었지만 드디어 이 날만을 기다려 왔다는 설렘(그저 to do list를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이 무색하게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아침처럼 아이들을 '무사히'등원시키고, 그 길로 차를 몰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뒤 마침 지갑을 가지고 나온 덕에 신분증도 있겠다, 나온 김에 동사무소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편의점에 들러 젤리 한 봉지를 사 가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길에 혹시나 싶어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다.
"조기입학을 신청하려는데, 신분증만 들고 가면 되는 게 맞을까요?"
전화를 받은 분이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본인이 확인 후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하신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고, 확인해 보니 그것만 있으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조기입학이란 게 있었어?'같은 느낌을 품은 듯한 목소리였다.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조기입학을 신청하려고 왔어요."
담당 공무원 눈에 동공 지진이 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잠시만요. 저기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선배로 보이는 두 분과 함께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이상하다..? 다들 그냥 쉽게 했다고 했는데?'
5분 남짓 기다렸을 때 다가가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하시는 말씀이, 오늘이 10월 첫날이라 공문이 내려온 걸 잘 몰라서 그런다며 접수증을 내가 가지고 와서 신청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접수를 해야 받는 게 접수증 아닌가?
아니나다를까 뒤에 계신 분께서 그걸 네가(창구 직원 분) 써서 드리면 되는 거라고 하셔서 그 뒤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접수증.
이 동네에서 내가 1번으로 접수를 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1번이자 끝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쓰게 되겠지만, 유치원도 5세에 6세반으로 월반하며 첫 입학을 했는데(그전까지 가정보육) 그 때도 교육청에 문의를 하며 이런 문의는 우리 교육 지원청에서 처음 있는 문의라고 했기 때문이다. ㅎㅎ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단 내가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고, 그런 내가 봤을 때 조기입학이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진행한 일이지만 이런 저런 걱정과 예상되는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거라고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