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껌딱지 Apr 13. 2024

엄마가 된 후 9 – 둘째는 사랑일까?

둘째가 망설여지는 이유


 우리 아기의 돌이 지난 직후부터 내 주위에 대다수 사람이 “둘째는?”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둘째는 무조건 사랑이다.”, “둘째 안 낳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등 심리적으로 나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는 둘째 생각이 전혀 없다. 첫째 출산이 후 임신이 힘들어진 몸 상태가 가장 큰 이유지만 그다음으로 우리 부부는 각기 다른 사유로 둘째 생각이 전혀 없다.


우선 남편은 나의 임신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나는 임신 6주부터 온갖 종류별 입덧 다 하기 시작했고 당시 남편은 일을 쉬고 있어 나를 돌보는 것에 100% 시간을 할애했다. 밥을 먹다가, 머리 감다가, 양치하다가, 물먹다가, 가만히 있다가 화장실로 뛰어가는 나를 보며 혼자 잘 먹고, 잘 자는 자기 자신이 너무 죄인 같아 힘들었다고 했다. 거기에 임신 중 하혈을 동반한 피 비침만 3번, 코로나에 걸려 열이 40도나 오른 상태에서 또 피가 흘러 119에 전화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배만 부여잡고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제발 아무 일 없게 해주세요’라며 기도만 했던 날도 있었다. 그나마 임신 32주차가 넘어가면서 출산휴가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찰나 38주 6일 차, 나는 출산했다.      


신생아 돌보기도 쉽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잠이 없는 우리 아기는 지금까지도 낮잠을 30분씩 4번 끊어 자기 일 수이고 입원 횟수가 많아지며 그나마 나아졌던 밤잠도 다시 12시, 3시, 5시 이렇게 깨는 날이 부지기수 했다. 대부분 부모가 그렇겠지만 우리 부부는 2022년 12월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하루에 연달아 5시간 자면 “어이쿠~ 우리 아기가 잘 자준 덕분에 나도 잘 잤어”라고 말한다.      

가끔 지인들과 둘째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면 우리 남편은 꼭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까지 이 모든 과정을 다시 할 용기가 없다며 둘째는 ‘아니야~’라고 답한다.      


나는 조금 다른 이유로 둘째에 관한 생각이 없다. 찰나지만 “둘째를 가져볼까?”라는 마음이 두둥 떠오른 적도 있지만 여러 돌잔치와 모임 등을 다니며 둘째는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내가 느낀 둘째는 온전한 자기 것이 없는 것 같다.


돌잔치 스냅사진만 봐도 첫째가 먼저 찍는다. 그동안 동생을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돌잔치 시작할 때도 첫째가 먼저 케이크의 촛불을 분다. 그동안 동생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버진로드도 첫째가 먼저 걷는다. 그동안 동생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돌잔치 중 첫째가 짜증을 내거나 불편을 호소하면 행사 중이라도 엄마 또는 아빠가 달려가 첫째를 돌본다.


 분명 둘째의 돌잔치인데도 ‘첫째’의 기분과 안위에 맞춰 진행되는 모습이 그냥 왠지 슬펐다. 둘째는 성별이 같으면 대다수 첫째의 육아용품을 물려받는다. 물론 첫째도 주위에서 물려주는 것을 받아 입히는 경우가 많지만 첫째는 ‘선택’이고 둘째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나마 성별이 다르면 모를까. 둘째에게 물려받음은 당연하였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의 사랑과 시간을 무조건 나눠야 한다. 부모들은 모두에게 100을 준다고 하지만 글쎄, 둘째로 살아온 입장에서 절대 100% 될 수 없다고 자부한다. 육아 전문 박사님도 TV에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분명히 있다. 내 자식이라도 편한 아이가 있고 불편한 아이가 있다. 그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의 시간과 사랑을 온전히 가질 기회가 애초에 없다.


흔히들 둘째는 눈치가 빠르다고 한다. “안쓰럽고 짠하면서도 기특하다.”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난 또 슬픔에 잠긴다.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에서도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눈치’라서 말이다. 첫째가 가지는 상실감을 최대한  주기 위해, 혹은 위로하기 위해 둘째는 찰나의 시간 혼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울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형이 나를 미워하지 않고, 엄마가 날 안아 줄 수 있다는 것을 ‘눈치껏’ 익혔기 때문이다.     


맞고 틀린 것은 없을 것이다. 다 각자의 이유와 사정으로 가족계획을 짜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그냥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둘째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온전함’에 대해서.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된 후 8 – 남의 손에 맡기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