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를 그만둔 지 6개월, 납치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일엽을 알게 된 지 6개월, 일엽과의 연락이 끊긴 지 6개월.
경찰 시험에 최종 합격되고 한 달. 중앙경찰학교 교육생 하도미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경박스럽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종 무술 훈련을 하고 총기를 다루는 교육 과정 때문에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교육생 시절에 실수를 하게 되면 멍청한 신입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미는 좋은 성적을 받아 제대로 된 일선에서 뛰고 싶기 때문이다.
함께 등산을 한 후, 일엽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물론 일엽이 먼저 연락을 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도미에게 교재 선택과 공부 방법을 친절히 알려준 일엽은 헤어지기 전에 지나가는 말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3년을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일이 있었지요.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휴직 후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2개월 전에.」
생각에 잠겨 잠시 말이 없던 일엽이 생각을 정리한 듯 다시 말했다.
「비웃으실지도 모르지만, 산을 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산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고.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도미 씨도 하고 싶으신 일,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도미 씨는 훌륭한 경찰이 되실 겁니다. 도미 씨 같은 동료가 경찰로 있다면 든든하겠습니다.」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일엽의 말은 바람처럼 도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상처로 남진 않았지만 서늘한 추억을 가져다주곤 했다.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산속에서 주운 휴대폰의 주인공은 벤츠 살인범들에 의해 납치된 여자였다. 홍윤하라는 여자는 김준희라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엄마였고, 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내였다. 임신한 몸으로 납치된 여자는 범인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 산에 묻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