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지음
- 최인철 지음
마음은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대상이다. 자연만큼이나 지켜내야 할 대상이다. 마음은 결심 한 번으로 바뀌는 대상도 아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마음속 찌꺼기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접속은 하루 세 번이면 충분하다. 문자나 카톡,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 생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p50
여행에서 돌아올 때 우리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선물을 들고 온다. 일상의 시작과 끝이 자연적 시간의 흐름에 의해 규정된다면, 인생의 시작과 끝은 의미 있는 경험에 의해 규정된다. 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자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절차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일상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단조롭다. 시간에 리듬이 없고, 맺고 끊는 맛이 없다. 자연적 시간만 존재할 뿐, 의미의 시간은 멈춰 섰다. -p55
좋은 인간관계(Intimacy), 자율성(Autonomy), 의미와 목적(Meaning & Purpose), 의미있는 일(Interesting Job). 이 새로운 4대보험의 이름은 'I AM I'(나는 나)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이다. 돈으로 드는 보험이 고통이 발생한 후에야 힘을 발휘하는 사후처방 성격이라면, 이 보험들은 예방의 힘이 더 강하다. -p73
흡족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남을 흡족하게 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흡족하게 할 수는 없다. 흡족한 상태란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의 충만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이 만족스럽기는 해도 그리 흡족하지 않은 이유는 타인의 기준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94
나이가 들수록 상대를 아는 데 필요한 정보량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상대를 안다는 확신이 커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상대를 안다는 확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p123
그러나 우리에게는 충동 기부나 충동 봉사를 하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착한 삶이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착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착한 일을 한 번 했다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착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착한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지 않던가. -p130
세상은 우리에게 이기는 연습만을 시킨다. 이기는 습관은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이기지 못한 자의 아픔을 돌보는 일은 성공한 자의 미덕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의 큰 문제들은 이기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지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다. 질 줄도 모르고 져본 적도 없는 자들의 감정싸움 때문에 원만히 해결될 문제가 악화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권력자와 엘리트들의 일탈은 지지 못하는 그들의 고질병 때문이 아니던가. -p140
명상을 통해 마음의 힘을 키우고, 관점을 바꿔보는 노력을 통해 정신의 근력을 키우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고통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글쓰기도 탄력성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가십이나 잡담만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삶과 죽음, 영혼, 사랑, 일, 행복 그리고 우주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p146
인산의 설명 능력은 인간의 예측 능력과 대비된다.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예측들이 풍성하다. 그런데 모두가 큰 그림들이라서 예측이 틀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예측해야 그 정확성을 따져볼 수 있는데, 두루뭉술하게 예측하니 결코 틀릴 것 같지가 않다. 구체적인 예측의 가치는 틀릴 수 있음에 있다. 틀려야 더 나은 구체적 예측들이 등장한다. 오류가 사유를 낳는 법, 안전한 예측에는 사유가 뒤따르지 않는다. -p164
어제 하루,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았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까?
자기만의 질문을 가져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시그니처 질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이건 사회건, 그것의 품격은 그가 던지는 질문의 품격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p169
삶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가 아닌 공간과 방법의 문제로 보려는 인식이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삶의 문제를 '타이밍(시기'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노력은 아직까지도 매우 부족한 편이다. 무엇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왜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언제'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p179
이별이 아름답지 않으면 사귄 기간은 의미가 없다. 사흘 여행이나 한 달 여행이나 마지막 날이 좋지 않으면 여행에서의 경험들은 빛을 잃고 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지속 기간 무시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마지막 순간이 추억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순간순간의 경험들을 온전히 음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엔딩의 폭력으로부터 우리의 보석 같은 순간들을 지켜내야 한다. -p236
하지만 생각은 속도의 영역이 아니다. 생각은 깊이와 방향성의 영역이다. 빠른 생각보다 뚝심 있는 생각이 이긴다. 생각의 순발력을 자랑하는 사람보다, 오랜 화두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저력이 있다. 느리게 생각하기, 천천히 걷기, 여유 있게 바라보기. 속도의 시대에 꼭 필요한 행복의 조건들이다.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