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전쟁과 작은 웃음
나는 쉰을 살짝 넘긴 싱글맘이다.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사는데, 요즘 우리 집은 갱년기와 사춘기가 부딪히는 전쟁터다. 회사에서는 25년째 일하며 중간 관리자의 무게를 버티고, 퇴근하면 엄마의 자리로 돌아온다. 웃음과 짜증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이 삶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완벽한 에세이가 아니라, 그냥 오늘을 견디고 기록하는 나만의 작은 습관.
오늘의 기록
여행에서 돌아와 딸아이에게 선물을 잔뜩 안겨줬다. 옷이며 작은 소품들, 하나씩 풀어놓을 때마다 딸의 얼굴이 반짝였다. “엄마, 고마워.” 그 짧은 말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역시 선물이 효자다 싶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밤 11시가 넘어 “이제 그만 자라”고 말했더니 곧장 얼굴이 굳는다. “왜, 아직 안 졸린데.” 목소리에 가시가 돋았다. 선물을 사줬던 내 손이 순간 허무해졌다. ‘차라리 안 사줄 걸…’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사실 어디를 가든 딸이 좋아할 만한 것만 찾는 건 결국 나다.
아침은 더 난리였다. 기분 좋게 일어나길래 잠시 안심했는데, 거울 앞에서 갑자기 울상이 된다. 서클렌즈가 찢어졌단다. “일반 렌즈 끼면 못생겨 보여서 학교 못 가!”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이 덜컥. 오늘까지 빠지면 3일째 결석인데… 속으로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겉으로는 담담하게 말했다. “알아서 해라.” 결국 딸은 찢어진 렌즈를 껴 보겠다며 나섰다. 눈이 더 망가질까 걱정되면서도, 도무지 설득이 통하지 않으니 힘이 쭉 빠졌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도 무거웠다. 휴가 다녀온 월요일은 원래 눈치가 보이는 법인데, 하필 지난주에 대표와 상무와 크게 부딪친 터라 더 위축됐다. 6개월 전부터 계획된 골프 여행이었고 멤버도 정해져 있어서 취소할 수 없었지만, “괜히 다녀왔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출근길 버스 창밖 풍경조차 잿빛으로만 보였다.
그래도 오늘을 마무리하는 건 결국 딸아이 몫이다. 퇴근길에 서클렌즈를 사서 건네고, 함께 저녁을 먹어야겠다. 짜증으로 시작된 하루가 작은 웃음으로 끝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