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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werld Mar 13. 2023

신경성 폭식증과 거식증, 식이장애 - 치료 1

처음 시작 하게 된 치료 진료의 과정에서 생기는 나의 변화 

2023/02/21 - 첫 진료

정신상담과라는 곳이 첫 발걸음을 쉽게 하는 과는 당연 아니겠다만 그래도 예전처럼은 어려워지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처음 방문하여 신분증을 제출 한 뒤, 꽤 많은 문답을 작성하였다.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조금 그렇다"와 "보통으로 그렇다"는 언제나 나를 헷갈리게 한다. 여하튼 10-15분 정도가 지나 문항을 제출한 뒤, 진료를 기다렸다. 내 이름이 스크린에 뜨며 진료실 2를 알려주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간 하얀 방엔, 지나치게 깨끗한 인테리어 안 선생님 그리고 그 앞 커다란 스크린(선생님용) 그리고 내가 앉을 의자, 그리고 그 사이엔 티슈곽이 있었다. 이곳의 메인 인테리어는 휴지구나 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긴 했다만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전 회사에서 내가 신경성 폭식증이란 걸 알게 되었을 때, 회사 근처의 큰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었고 그렇기에 더 좋은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까지 찾아가 예약을 하여 기다리다 받게 된 진료였다. 그 의사와 10분간의 대화로 10만 원이 넘게 청구된 그 놀라운 치료는 "그만큼 먹는 걸로 폭식이라고 하지도 않아요"라는 나의 모든 용기와 희망을 우르르 무너트린 그 의사의 한마디였다. 정신과 진료의 기준이 "먹는 양"이었음은 몰랐지... 다시는 정신과에 오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 지 5-6년이 지난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으려나..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소위 젊다는 의사 선생님들과는 비슷한 또래로 예상이 되어 앞에 앉은 선생님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창피해졌다. 그럼에도 다시금 의지를 다잡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 밑 비대증이 생겼고 그제야 심각성이 느껴졌으며, 이 일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나의 이전 사업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말씀드렸다. 이 근래에 현재의 연인과도 싸움이 잦아졌었기에 그 내용도 같이 전달했다. 그날 첫 치료 선생님의 생각으로서는, 내가 편안한 정신이 아닐 때- 불안 혹은 우울할 때에- 그 감정을 폭식으로 처리하려고 한다였다. 즉, 우울증 증상이 있음을 알려주셨고, 그에 따른 감정 조정제를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약속을 잡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섭게(?)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요새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눈 사람이어서 인지 이 촉이란 게 정말 있나 보다 싶었다). 이전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언니는 가장 힘들 때 옆에서 많은 시간과 이야기 생각을 나눈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자 잘 보이고(? 실망시키기 싫은) 싶은 사람이기도 했다. 나의 언니는 어렸을 적부터 눈에 띄었다. 외모도 그랬고 공부도 잘했으며 성격도 좋았다. 어디 가나 인기가 좋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언니만의 스타일은 지금 시대에는 소위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언니와는 세 살 터울로 내가 중학교 때, 언니가 고등학교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루는 엄마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의 앞머리에 언니가 껌을 붙이고선 "너는 내 동생이라고 하기 창피하다 그러니 돌아다니지 마" 라며 나가버린 기억이 있다만(나이를 먹고 나서 이야기해 보았을 때엔 나의 과장이 섞인 기억인 것 같지만 여하튼). 친구들이 내 껌을 띄어주며 내 앞머리는 스포츠머리처럼 짧아졌었고 그때에 정말 많이 울었다. 그 이후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엔 언니는 이미 해외 유학 및 집을 일찍 떠났고 언니의 유명세는 더 커져갔었다. 나의 남자(male) 친구들은 언니를 만나고 싶어 하며 나에게 접근을 했고, 그런 모든 상황들이 나에겐 자격지심이 되었다. 그런 언니와 나이를 먹으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참으로 오래 걸렸지만) 그런 언니는 인풀러언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주위의 연예인 모델과도 친분들이 많았고, 그런 그들의 식이장애 및 소위 보여주기 식의 먹기 등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임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언니에게 더욱더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현재 남자친구와의 문제가 있고 내가 너무 어두워져 있는 것 같아 정신상담과를 들렸다는 말을 수화기에 끝내자마자 언니는 화를 냈다. 언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다녔고 그곳에서 처방받은 약을 오래 먹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들이 오히려 너무 편안(안정)해져 선택한 길들로 인해 그들이 다시 고생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그 연속성에 내가 연결될 것 같다는 언니의 불안함과 걱정이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몇 번이나 목 밖으로 언니 사실 내가...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망시키고 싶지가 않았다. 이것이 더 실망을 주는 일이겠다만... 


  여러 가지로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 무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계획을 짜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하루에 한 번으로 먹토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다음 달엔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그다음 달엔 한 달에 한번 서서히 가보자라며 생각을 다잡았다. 내가 이 증상을 오래 가진 만큼 적어도 최소 6개월 약물 치료는 2년을 본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기에 당장이나 급한 마음은 오히려 나를 강박에 넣을 것 같아 천천히 길게 보기로 했다. 남자친구에게도 전부 다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실은 공유했으며, 엄마에게도 메일을 썼다. 적어도 세상의 한 명은 나의 전부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엄마에게는 모든 사실을 써 내려갔다. 이렇게 나의 치료를 선포(?)하고 첫 진료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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