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나
네이버 블로그와는 다른 형태의 브런치를 접하며 어떤 주제로 글을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오늘 친구와 수다를 나누는 중 빵에 대해 흥분하는 나를 보며 이것보다 더한 주제가 없을 것 같다며 추천해 준 그녀의 지원을 통해 드디어 시작하려 한다.
Intro. 빵
나의 부모님은 독일에서 젊은 시절 생활을 하셨었고 내가 태어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의 아침 식사는 언제나 빵이었다. 빵집은 존재하더라도 베이커리라는 이름은 없던 80년대에 나의 엄마는 육교 밑 "저먼 베이커리"에서(독일 빵집이란 곳에서 새하얀 네모난 우유식빵을 사 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아이러니하다만) 우유식빵을 사 오셨었다. 우리의 생일이 되면 그곳에서 특별히 주문하셨던 그 케이크는 그 시절의 흔했던 크림 케이크가 아닌 엄마의 생일 축하 문구가 적힌 특별한 초콜릿 케이크였다. 한국에 도착해 여유롭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할머니 댁에 얹혀살았었는데 할머니는 아침에 빵을 찾는 엄마를 그렇게 혼내곤 했었다. 그렇게 빵은 우리 아침에서 사라져 갔고 그래서 더욱더 나는 생일만을 기다렸었다.
Part-1.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국진이 빵이 크게 유행을 했었다. 빵 안의 씰을 모아 책상이나 사물함에 잔뜩 붙이고선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모았는지) 자랑하곤 했었다. 그동안 한국 빵 사업은 화려해져 갔고 그중 파리바게트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엔 우리 집도 할머니 댁에서 나온 뒤였기 때문에 우리의 아침은 다시 빵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다양한 빵의 흐름에 맞게 아침 빵의 종류도 달라지기 시작했었다. 하얀 식빵에서 보다 다양한 크루아상, 바게트로도 아침을 먹었고, 그 곁엔 항상 본마망 쨈과 누텔레 그리고 피넛버터가 올려져 있었다. 때때로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우리 집의 아침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아직도 이야기한다.(나도 아직도 엄마의 빵 아침상이 타르틴보다도 최고다)
Part-2.
대학교를 졸업하고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식사를 빵으로 대체해야 하는 적이 많아졌었다. 라테에는.... 노동자에게 식사시간이란 게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대우가 없었던 때라 매장에 음식 냄새 배긴다며 도시락도 눈치를 줬었기에 아예 포기해버리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빵을 사다 먹곤 했었다. 하필 일하던 곳이 압구정동이었기에 다른 동네보단 다양한 빵을 접할 수 있었고 파리크라상도 근처에 생겨 조금 더 고급진(?) 빵을 먹을 수 있었으나 그 때문인지 쉬는 날에는 굳이 빵집을 찾아다니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여전히 우리 가족의 아침은 빵이었다.
Part-3.
2015-2017년 합정, 그리고 2019년까지는 망원동에 살게 되면서 본격적인 빵순이 삶이 시작되었다. 워낙 작은 집이었기에 부엌에서 뭘 해 먹기 번거로웠고 혼자 먹을 양을 만들기도 적적했던 거 같다. 또한 그때 즈음 망원시장을 필두로 망원동 자체가 뜨기 시작하여 합정을 비롯한 망원에 다양한 빵집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건강을 주제로 한 비건 혹은 호밀 등의 건강 빵집도 많아졌으며 심지어 성산동엔 리치몬드 본점이 있었으니 적적한 날이든 기쁜 날이든 갖은 핑계를 대며 빵을 사 날랐다. 또한 엄마네 집에 갈 때에도 내가 먹어 보고 맛있었던 것들을 열심히도 사갔다.(글 쓰는 재주가 없다 보니 갑자기 다녀왔었던 빵집들에 대한 평가와 후기를 적기 시작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글이 갑자기 빵집 리뷰글이 되어버리는 바람에...다 지우고 다음에 망원동 및 이사를 하면서 등 들렸던 나만의 빵집 맵을 기재해 볼 예정이다!)
Part-4. 2019-2021년
알지 못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등촌동으로의 이사 그리고 이별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온 우울증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던 그 때에 그럼에도 그곳에 정을 붙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동네 빵집들을 파헤치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몇 곳을 섭외(?)해 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었고, 이때쯤부터 시작된 나의 백수 생활은 빵순이 삶의 정점을 찍게 해 주었으며 거기에 코로나와 그로 인한 배달 시스템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집안에서 이 동네의 모든 카페와 빵집의 빵들을 영접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그와 함께 찾아온 폭식증 혹은 우울증으로 인해 그 이유를 빵에서 찾아보며 잠시 디저트 빵과는 거리를 두었고(아침식사 빵은 언제나 나와 함께!) 베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제나 나의 베이킹은 알 수 없는 도전욕으로 새로운 맛을 탄생시켰었지만 어쨌거나 번잡했던 머릿속을 비워주기엔 그만한 취미도 없었던 것 같다.
Part-5. 2021-현재까지
나의 언니가 살았던 곳으로서 익숙함과 내가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빵집이 근처에 있다는 큰 점수를 부여받고 이사하게 된 후암동. (나의 이사는 나의 빵집 지도를 중심으로 동네가 정해지곤 했다.) 현재는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디저트 빵으로 매일을 보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아침 식사용 빵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스츄리류의 빵들도 제대로 맛보고 느끼며 (거짓말 조금 보태) 내면의 평화와 정돈이 찾아온 것만 같다. 브런치를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빵이라는 애가 나와 한평생을 보낸 것 같아 왜인지 더 애틋해졌다.
(+...)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요새의 세계 근황 때문인지 다가오는 식량 전쟁으로 인한 빵값과 버터 값 상승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즈음에 쌀가루로 만든 빵에 정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럴 바엔 한 번이라도 더 맛난 빵을 먹어보자라는 신조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빵 덕분에 세계 식량전쟁과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까지 고민이 생겨버렸다.. ) 빵과 나의 에세이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빵은 나에게 결코 놓을 수는 없는 존재이기에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고 맛봐왔던 빵집들과 에피소드들부터 기재해보려고 한다. 차근히 하다 보면 내가 가고자 하는-하고자 하는 생각 - 찾고자 했던 것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나와 빵을 보며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무언가를 같이 찾고 느낄 수 있다면 엄청 장황한…^^ 바람을 기재하며 어색한 마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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