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에서 세 접시나 드신 분입니다.

네 덕에 나는 며칠째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by 핑크뚱
우와, 내가 소는 키워도 너네는 못 키우겠다.
그래서 이번 회식은 뷔페로 정했어.
뷔페 가면 양껏 먹어라.

제가 결혼 전 다니던 직장에서 회식 때면 실장님께서 종종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때의 제가 생각한 회식이란? 특별한 날에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특별나게 많이 먹는 날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대형 뷔페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특별한 날, 즉 결혼식 또는 돌잔치나 가야 경험할 수 있는 음식점이었죠. 그래서 저에게 뷔페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대비해 미리 차려진 마르고 윤기 없어 손이 잘 가지 않는 맛없는 음식들 가짓수만 많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과원들도 별반 생각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우리를 일찌감치 알고 계셨던 실장님은 뷔페에서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꿀팁을 전수하고 난 뒤에야 회식 장소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단, 뷔페를 가기 전 한 끼 이상 속을 비운다.
빈 속에 많은 음식 앞에 허겁지겁 먹으면 금방 배가 불러 얼마 먹지 못하니 따뜻하고 냄새 좋은 수프를 담아와 우선 성난 위를 부드럽게 달래 가며 보호해야 한다.
그런 다음 가볍게 샐러드를 먹고 위에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겠다는 신호를 보낸 후 너희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실장님의 연설 같은 뷔페 사용설명을 듣고 시골에서 갓 도시에 입성한 어벙벙한 모습으로 회식 장소인 당시 유명 연예인이 경영하던 초대형 뷔페 전문점에 갔습니다. 솔직히 과원 모두(실장님을 제외한) 처음 가 본 초대형 뷔페 전문점이라 입구에서부터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북새통 같은 모습. 그리고 짜잔! 유명 연예인의 실물을 직접 제 눈으로 볼 수 있어 기절할 만큼 더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뷔페 전문점은 깔끔한 오픈 주방으로 되어있었고, 현란한 손놀림의 요리사들은 바로바로 요리해 윤기가 좔좔 흐르는 음식을 바로바로 채워 놓았습니다. 거기다 맛까지 최고였습니다. 특히 스시 코너는 직접 일본에서 스카우트해 왔다는 사무라이 같은 모습의 요리사가 요리해 인기 만점이었다. 그의 스시를 맛보기 위한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대형 뷔페 전문점은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특별히 양껏 먹을 수 있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의 저장공간에 담겨 있습니다.



아무거나 군의 겨울방학이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학 계획 중 '친구들과 뷔페에 가보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방학이 끝나기 전 서둘러 실천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뷔페에 다녀왔습니다. 입이 무지 짧은 아무거나 군을 생각하면 가성비 떨어지는 뷔페는 피해야 할 곳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친구들과 가는 것이라 은근 기대했습니다. 모름지기 아이들이란 친구랑 함께 할 때 뭐든 재미있고, 입맛도 평소의 몇 배는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뷔페 가기 전날 저녁 예전 실장님이 연설하셨던 뷔페 사용설명서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아무거나 군을 앞에 앉혀 두고 똑같이 읊었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저는 꽤나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뷔페 전문점이 아무리 고급화되고 맛있다 해도 오픈 시간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 위에 나의 첫 발자국을 찍는 기분이랄까요! 누구도 헤집지 않은 온전히 나를 위해 차려진 정갈한 밥상을 받는 기분 말입니다. 저는 이런 기분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아침을 굶었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수프를 반그릇씩 담아 속을 다독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용설명서대로 순탄하게 흘렀습니다. 그 후 아무거나 군에게 먹고 싶은 것으로 하나씩 접시에 담아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빈접시를 손에 들고 돌아와 저에게 말을 합니다.

"엄마, 뭘 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같이 가 봐요."

그렇죠. 아직 아무거나 군에게 이곳은 낯설고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인생 선배이자 뷔페 선배로서 길을 안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 그럼 같이 돌아보자."

저는 일일이 음식이 담겨 있는 용기뚜껑을 열어 아무거나 군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함께 식당 한 바퀴를 돌아 올 동안 접시는 여전히 깨끗하고 뽀얀 상태였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먹는 건 억지로 먹게 할수록 음식에 대한 거부감만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네가 먹고 싶은 디저트라도 담아 와 봐."


"이모, 저는 오늘 뷔페 온다고 어제저녁부터 뭘 먹을지 상상하느라 기분이 좋았어요."

아들 친구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뷔페는 이렇게 상상하며 행복해지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이 어린 친구랑 저는 먹는 내내 무얼 더 먹을지. 어떤 음식에 도전해 볼 건지. 배가 부를 때 한 틈 쉬었다 먹으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수다로 풀어내며 즐거웠으며, 앞자리에 앉은 아무거나 군의 접시에 직접 초콜릿을 입힌 막대과자만 담겨있어 심란해지는 기분까지 동시에 느꼈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크고 하얀 얼굴의 동그란 접시에 한 번에 초코 막대과자 5개씩 담아 총 세 접시를 먹었습니다. 그러니 이날 아무거나 군은 단호박 수프 반 그릇, 초코 막대과자 15개가 전부였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 모습에 엄마는 반사적으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먹지 않은 양만큼 더 먹어야겠다는 계산말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 했습니다.

뷔페 이후 욕심 많은 엄마는 부대끼는 위를 소화제 없이 견디지 못하는 며칠의 낮과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 인생은 한순간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이나 깨달음이 찾아오니깐요. 뭐든 적당히가 최고자 최선입니다.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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