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요.

간단 씨가 너무도 필요한 날

by 핑크뚱
여행이란 모름지기 사는 곳을 떠나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겁니다.

"여봉~~ 집에 가고 싶어요."

집 떠난 처자식이 걱정된 간단 씨가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뭔 영상통화냐며 핀잔을 줬을 텐데, 어찌나 반갑던지 얼굴이 보이자마자 없던 애교까지 끌어와 빠르고 간절하게 말이 나왔습니다.

"왜?"

"아니, 아무거나 군이 주저리주저리"

힘들었던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옵니다.

"당신도 너무 보고 싶고, 집에도 가고 싶어요."

"그럼, 지금 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말합니다.

"안 돼요. 지금 포기하고 가면 두고두고 싫은 소리 들을 거예요."

"당연하지 뭔 말이지 알지 ㅋㅋ"


서울 나들이는 다소 충동적이면서도 계획적이었습니다. 작년 1박 2일 일정으로 sns에서 유명한 '별마당 도서관'에 왔었습니다. 우리의 1박 2일 중 하루는 왔다 갔다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라 성에 차는 여행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메인보다 사이드에 관심이 많은 아무거나 군의 기호에 맞추느라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정말 그곳에 멋진 도서관이 있구나! 맛만 살짝 본 셈이었죠. 그러니 더 미련이 남을 밖에요. 과하게 남은 미련 때문에 징징거리는 아무거나 군을 달래기 위해 겨울방학에 다시 오자며 나이 든 어미는 건성으로 약속을 하고 잊었습니다. 그에 반해 어리고 기억을 온몸으로 새겨두는 그는 겨울방학과 동시에 언제 갈까요. 언제 가요. 질문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두 달의 긴 방학만 믿고 미루고 미루다 개학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 성급하게 서울행 열차표를 예매했습니다.


우리의 이번 여행은 서울의 도서관을 두루 돌아보고 짬짬이 관광지도 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인터넷의 높은 정보의 파도를 헤집고 몇 곳을 목록에 올렸습니다.


첫째 날 찾은 도서관에서 다소 실망을 했습니다.

"엄마, 대개 퉁명스럽다 맞죠."

좀처럼 상대에 대한 평가를 않는 아무거나 군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흥이 조금은 덜어지는 기분이 됐습니다만,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나니 언제 그랬냐 싶게 기분도 괜찮아졌습니다.

둘째 날, 가기로 한 도서관의 길 찾기를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직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임시휴관 안내 공지가 떠 있습니다. 이건 뭐!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말입니다. 역시 계획은 세우라고 있는 거지 실행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급하게 그날의 두 번째 장소로 변경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부끄럼이 과하게 많은 아이입니다. 집에서야 쉴 새 없이 조잘조잘 하지만 낯선 곳에서는 과묵도 그런 과묵이 없을 정도입니다. 근데,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조용한 지하철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걸어옵니다. 낯선 환경도 부담스러운데 낯선 아무거나 군은 더 큰 부담이었습니다. 시작이었습니다. 두 번째 장소는 너무 추웠고, 그다음 장소는 123층까지 있는 전망대에 가고 싶다고 노래노래 불러 갔음에도 아무거나 군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 길의 어둡고 엄밀하며 조심스러움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언제 내려갈 거냐고 또 다른 노래를 했습니다. 하늘 어디쯤에서 바라본 서울의 전경에 환호 대신 뿌옇게 흐린 시야에 지구 환경을 걱정하며 내려왔습니다. 가는 길에 만나 레고샵에 한 눈 팔려 때를 섰고 배가 너무 고파 아무 곳이나 들어가 먹고 싶었지만, 아무거나 군의 거절 또 거절에 짜증이 목까지 차 밥을 먹어도 에너지 충전은 커녕 방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가까운 서점에서 만화책 읽기에 빠져 가자는 엄마 말을 무시하더니 러시아워에 빠져 콩나물시루 속에 숨 죽은 콩나물이 됐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짜증 내고 지치는 저와 어린 아무거나 군의 저 땅밑바닥 체력을 가졌음을 말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엄마가 어린 아무거나 군에게 나눌 것도 없는 에너지를 나눔 한 덕에 한없이 힘든 여행이 되었음을요. 다짐했습니다. 다음 여행은 싫으나 좋으나 간단 씨를 대장으로 임명해 우리 모자를 인솔할 권한을 부여하기로요. 꼭 필요합니다.

육아는 절대 혼자는 버겁다는 걸 확실이 느끼며, 간단 씨가 너무 그립고 필요한 여행 삼일차를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