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이유를 찾자면 차고도 넘치나그중 하나를 꼽자면요즘 부쩍 요리하는감이좋았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지나칠까 생각했던 정월대보름나물을 생각보다 본능이 먼저 삶고 데치고 볶고 무치고 있었다.
설에 시댁에서 가져온 무가 창고에 나뒹굴었고 지난달 마트에서 깜짝 세일할 때 사 온 시래기도 버썩하게 말라가고 있어 더 그랬을지 모른다.
일단 마음을 먹으니 몸은 절로 따라 움직였다. 아들과 점심은 간단하게 짜장 라면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싫던 설거지도 리듬에 올라 타 흥겹게끝내고싱크대 하부장에있던 냄비와 프라이팬을 종류별로모두 꺼내 올렸다.
우선 냉장고를 열어 나물로 만들 재료가 무엇이 있는지 훑어보다 콩나물과 미역줄기를 발견했다. 다음으로 창고를 꼼꼼히 뒤져 작년 지인분의 친정부모님이 직접 따말렸다며 선물 준 뽕잎과 취나물도 발견했다.여기에 시래기와 한 팩 900원이라 사 온 느타리버섯까지 보탰다.
건나물인 시래기, 뽕잎, 취나물은 팔팔 끓는 물에 삶아 깨끗이 씻어 물에 충분히 담갔다 건져 밑간해 프라이팬에 볶았다. 무도 먹기 좋은 크기로 채 썰어 소금에 절여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볶았다. 여기에 버섯과 콩나물을 무쳤고 미역줄기도 볶았다.첫시작은 간단한 마음이었으나 마무리는 제법 그럴싸하게 완성된나물을 보니 뿌듯했다.
왠지 이날은 나도 진정한 주부가 된 기분이었다. 정월대보름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위해 정성으로 차려낸 밥상이라 더 의미가 있다. 여기에 두 남자의 아낌없는 칭찬까지 얻어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요리의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