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남의 편이 확실하다

우와, 정말 어쩜 그러냐!!

by 핑크뚱

설날입니다. 시댁은 떡국만으로 새벽에 상을 차려 제를 지냅니다. 끝나면 새배를 하고 떡국을 먹으며 한 해의 묵은 이야기를 털어냅니다.


오늘 아침 떡국은 유난히 맛이 좋습니다. 저는 간단합니다, 음식이 맛있으니 올 한 해 유난히 행복할 것 같은 기분과 맛있다는 칭찬을 바랍니다. 근데 맛있다는 말이 없습니다. 저는 떡국을 먹으며 스스로 가족에게 칭찬을 유도해 받아냅니다. 어쨌든 칭찬이니깐요.

이번 설은 시어머님이 함께 하지 못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계셨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유라는 사치를 아침부터 부렸습니다. 오늘 아침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상을 정리하고 차례상을 차립니다. 음식도 많이 줄여 수월합니다. 이렇게 설날 아침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은 성묘를 갑니다. 걸어가면 30분가량 걸리지만 날도 추워 차로 움직였습니다.

간단 씨는 차례가 끝나고 음복을 그냥 술자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워쩝니까, 제가 운전을 합니다.

운전석에 앉아 2분 정도 달렸을까요.

"쿵, 찌이이익, 어이쿠!"

온갖 소리가 넘칩니다.

맞습니다. 설날 오전부터 교통사고입니다.

시골이고 마을이라 저속 운전 중이었습니다.

제가 운전하는 직진 차량을 갓길에 주차한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추돌했습니다.

아찔했습니다. 순간 뒷목을 잡고 내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큰소리칩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나 봅니다.

"제가 잘못했나요? 왜 이렇게 소리치세요. "

"아니, 아줌마가 잘 못 했다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뭐 그리 빠르게 운전하는교?"

당황스럽습니다.

속도를 얼마나 냈다고 과속 운운하시는지!

뒷자리에 앉은 간단 씨는 그제야 어기적 내리며 한다는 말이 가관입니다.

"보험 처리하면 됩니다."

간단 씨 혼자 정답 맞히기 합니다.

아저씨는 간단 씨의 점잖은 말에 의기양양해져 목소리를 더 키웁니다. 한참을 제 탓을 하며 설날부터 재수가 있니 없니 하며 거친 말을 몇 차례 더 뱉어냅니다.

운전자가 여자라고 큰소리치다, 만만한 간단 씨의 행동에 심리적으로 우리보다 우세입니다.

더 이상 듣고 있기 불편합니다. 간단 씨를 재촉해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합니다.

연휴라 긴급 출동은 하지 않고, 사진 찍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끝냈습니다.


차에 올라타 목적지로 갑니다. 가는 중에 간단 씨에게 힐난하듯 묻습니다.

"아니, 마누라가 무섭게 당하고 있는데 어쩜 한 마디도 안 도와줘요?"

간단 씨 대답에 교통사고 때도 안 잡은 뒷목을 잡았습니다.

"거기서 같이 큰 소리 낸다고 뭔 도움이 돼. 어차피 그런 사람들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 없어. "

이럴 수가!!!

제가 그동안 결혼 생활이 외롭고 힘든 게 이래 서였나 봅니다. 항상 저 혼자 감정적으로 팔딱팔딱합니다. 반면 간단 씨는 홀로 여유롭고 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와!! 남편인 간단 씨는 남의 편이 확실합니다.

모르는 목소리 큰 아저씨가 무섭게 마누라를 힐난하는데도 한마디도 안 하니 말입니다.

오늘 저는 교통사고보다 목소리 큰 아저씨보다 간단 씨에게 무지 섭섭합니다. 이번 감정이 풀리는데 제법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