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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pr 21. 2022

지나치는 것들 & 독백

서른 D-254



빠르다. 시간이 빠르다. 이것저것 눈앞에 있는 것들을 처치하고 해결하는 식의 급급한 일상을 살고 있다가, 시간까지 훌쩍 지나가버렸다.


3월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4월도 물론.


정리할 일은 언제나 있고, 해결해야 하는 일도 늘 있다. 앞의 일을 끝내고 나서 다음 일을 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같은 여유는 없어졌다. 뭐든 시간을 쪼개어 동시에 착착 진행해야 하는 느낌. 한정된 시간 안에서 휴식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것. 지금까지의 '지혜 라이프 스타일'과는 많이 다른 형태가 됐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환경도 바뀐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


의욕적이지 않은 사람이 해보고 싶은 것만 많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동경하는 사람들의 행동력이 부럽다. 에너지가 부럽다. 나는 신체&정신 에너지를 조금만큼 가졌기에 휴식을 취하는 것과 에너지원에 집착하게 된다고 느꼈다.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에너지원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쥐어짜듯 버텨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툭하면 번아웃이 온다. 울화와 함께 터진다. 나도 나를 주체할 수 없어지게 돼 버린다. 


2020년도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라는 책에서 '상태 자존감state self-esteem'이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기 가치감을 뜻한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과 자기애로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거나 회복할 수 없는 구렁텅이에 장기간 빠져 지내야 하는 때가 종종이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비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지고 그게 자기 비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나란 사람은 한 번이라도 편하게 나를 인정해 줄 수 없는 사람인 걸까. 진심이 아닌 가식이라도 인정해 주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이 부분이 결핍이 되는 것 같다. 알고 있어도 고쳐지기 어려운 것이다. 바뀌기 힘든 것이다. 주변의 가깝게 정신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에 목을 매는 듯한 삶을 산다. 타인의 인정이 없으면 내 삶이 의미 없다는 감정을 느낀다. 씁쓸하지만 현재 그렇다. 삶의 목적도 에너지원도 나 자신에서 얻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샅샅이 찾는 것. 갑자기 나의 삶의 목적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일까. 무엇이 될까. 하는 혼란에 빠지는 상상도 하곤 한다. 


'잘해야 하는데'

'잘해야 하는데'

'잘 하는 게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이만큼 해도 항상 변수는 있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완벽을 도달점에 두고 좇는다. 목표나 계획이라는 것에 끝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 정도로 한계점을 두고 학대하듯 몰아쳐야 뭐라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낮은 의지력과 높은 완벽주의로 일을 시작도 못하는 경우도 태반. 스스로 더 자괴감에 고립되는 유형 같다.

1. 완벽에 대한 목표를 낮춰봤다 → 시작은 할 수 있었지만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완벽에 대한 강박이 심해졌다.

2. 낮은 의지력이지만 일단 어떻게든 시작해 봤다 → 시작은 했지만 끝이 없는 목표에 결국 번아웃이 와서 극심하게 무기력한 상태가 됐다.


솔직히 내가 적어놨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고 느꼈다. 정말 나란 사람은 해결할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내 속도가 느린 거라면 거기에 속도를 맞춰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느리니까 '속도를 더 키워서 어떻게든 가야지 않겠니?'라고 생각이 먼저든다.


그래서 인생이 피곤한가 봐.

그래서 인생 reset버튼을 누르고 싶나 봐.


이런 나라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짱짱(!!) 고맙다.

에너지원이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살아 버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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