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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Oct 21. 2022

나에게 오지 않을 거라 착각했던 변화 ‘죽음’

어떤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나의 역사를 기술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변화가 두렵다고 느낄 때를 나이순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0대에는 이사, 시험, 새로운 학기이다. 

20대에는 졸업 후 직장 취업, 편입 준비, 정신보건 수련생 시절 케이스 통과하기,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 준비하기이다.

30대에는 직장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퇴사 준비하기, 결혼, 출산, 이직과 동시에 새로운 업무, 주말부부이다.

40대에는 이석증이라는 질병, 복직 준비이다.


머릿속에서 인상 깊게 기억나는 부분만 나열해보았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세세한 변화는 이미 지워진 지 오래된 듯하다.


과거의 변화를 눈으로 보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기다릴까 궁금하고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를 살고, 미래는 알 수 없다. 

내일 당장 죽음이라는 변화가 온다고 해도 지금 현재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달 6월 말에 시아버님이 갑자기 넘어져서 전신마취로 얼굴 수술을 하였다. 신장투석환자가 바로 입원이 안 되어 약물관리를 하며 일주일을 집에서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계속되는 코 안 출혈과 통증으로 힘들어하셨다. 입원을 해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다. 수술 경과는 좋다고 했고 일주일을 입원하시고 퇴원하셨다. 퇴원 후 일주일이 경과하고 7월 11일 신장투석을 받으러 가는 길에 심정지가 와서 쓰러지셨다. 아버님은 만성 질환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당뇨, 신장 투석을 하셨으나 심장에는 문제가 없었다. 20분의 심정지가 왔고 이후 응급실 2일 차, 중환자실 2일 차를 걸쳐서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14일에 이 땅을 떠나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유의

비밀에 싸인 개인적인 세계를 지닌다

이 세계 안에는 가장 좋은 순간이 존재하고

이 세계 안에는 가장 처절한 시간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숨겨진 것

한 인간이 죽을 때에는 

그와 함께 그의 첫눈도 녹아 사라지고 그의 첫 입맞춤, 그의 첫 말다툼도....

이 모두를 그는 자신과 더불어 가지고 간다

벗들과 형제들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참 아버지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라져 가고...

또다시 이 세계로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들의 숨은 세계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아하 매번 나는 새롭고 

그 유일회 성을 외치고 싶다.

-독일 신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할지를 몰라했다. 순식간에 모든 상황이 지나갔다. 장례절차인 장례식, 입관, 화장, 매장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으면서도 귓가에서는 “아가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아버님이 살아계실 것 같은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 


그때 알았다. 내가 예상하는 변화로 두려워하고 있을 때 폭탄 같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이했다. 예상치 못한 변화는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순간순간의 상황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당연한 건데 일반적인 확률 속에서 지금은 아니라고 저 뒤편에 미뤄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당연히 오는 변화가 나만 비켜갈 리는 없다. 이 상황을 겪고 나서 변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모든 생명은 한번 생성되면 언젠가는 소멸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어떤 변화든 나에게 일어날 수 있고,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든 열린 마음과 태도로 맞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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