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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끼 Jan 30. 2022

천류

삼국지와 홍콩 느와르의 황홀한 결합 

 '천류'는 '삼국지 전략판'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제작한 브랜드 무비이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선 브랜드 드라마, 브랜드 무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접했으나 그런 류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천류"도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접했는데, 다 보고 나서는 감탄밖에 안 나왔다. 오우삼 감독을 섭외해서 진짜 영화 한 편을 만든 거 같다. 게임회사가 정말 돈을 많이 버나 보다는 생각도 자연히 들었다. 


사실 오우삼 감독이 만들면 어느 정도 믿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영웅본색'을 너무나 재밌게 본 입장으로서 오우삼 감독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적벽대전'은 1편은 볼 만했지만 2편은 영 아니올시다 여서 실망을 하긴 했다. '영웅본색' 같은 전형적인 홍콩 느와르에는 적합하지만 삼국지 같은 사극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인 '천류'는 오우삼 특유의 홍콩 느와르 감상을 삼국지에 완연히 스며들게 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솔직히 진짜 영화인 '적벽대전 시리즈'보다 훨씬 재밌게 감상했다. 


주인공인 '강천'도 특유의 능글거림과 비장미를 잘 표현해서 저 배우가 누구지 하며 의문이 들 정도였고 '초한전기'의 '한신'이 많이 떠올랐다. '강천' '강류' 형제애의 표현은 홍콩 느와르에서 익히 보던 형제애지만 이걸 삼국지에서 이렇게 완벽히 표현해내다니 홍콩 느와르와 삼국지 둘 다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는 정말 취향 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강천'이 마지막에 승상의 뜻, 미래, 천하, 태평을 읊조리며 헛웃음을 짓는 장면은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작품의 ost도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다. 처음 나오는 "관동에서 의병을~"로 시작하는 노래는 몹시 좋아서 그 노래 제목을 한참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곡조인 '대풍가'를 들으며 만족해야 했다. 중간중간 드럼류의 음악과 홍콩 느와르 음악은 장면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줬다. 



결말을 보면 이거 너무 조조 미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우삼 감독이 '적벽대전'에서는 조조를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우삼 감독이 조조빠 라고 하기보다는 '삼국지 전략판'이 코웨이에서 판권을 사 왔기 때문에 일본 삼국지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일본에서는 특유의 천하인 사상으로 천하를 석권할 가장 강한 지도자를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오다 노부나가'를 '조조'와 동일시하기도 한다고 해서 일본에서 특히 조조 미화가 많은 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그 유명한 '창천항로'이다. 이 작품도 '창천항로' 급은 아니지만 "조조는 모든 걸 알고 있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사실 브랜드 무비가 이 정도의 고퀄리티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삼국지 전략판'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고품격 영화를 만들어준 게임회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https://youtu.be/qPe2LYIj6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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