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똑똑한 사람치고
항상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명도 없다.
- 찰리 멍거 (Charlie Munger)
조선은 '독서의 나라'였다. 왕부터 말단 관리까지 독서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 그토록 독서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 출세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독서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창문이자, 삶의 무기였다.
조선의 독서 문화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왜 다시 책을 손에 잡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독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시작이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유교 경전인 '대학'에 나오는 말로, "먼저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나를 닦는 것이 먼저였는데, 그 방법이 바로 책 읽기였다. 조선 선비들은 책을 읽으며 현자들과 시공간을 초월해 대화했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기 위해 굉장히 애썼다. 특히 조선의 왕들에게 독서는 의무이자 권리였다. '경연'이라 불리는 국왕의 공부 모임은 신하들과 경전을 논하며 정치를 바로잡는 자리였다.
따라서 왕이 공부하지 않으면 신하들에게 휘둘리고, 백성의 삶을 살필 수 없었다. 조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은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그는 눈병이 나 안질로 고생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이 건강을 염려해 책을 모두 치우게 했으나, 병풍 뒤에 숨겨진 책 한 권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읽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세종의 이 지독한 독서에 대한 사랑이 결국 훈민정음 창제와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조선 최고의 '노력파'로 불리는 김득신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머리가 영리하지 못해 남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는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았고, 그 후유증으로 공부한 것을 다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사마천의 <사기> 중 '백이전'을 무려 11만 3천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는 1642년 사마시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고 이후 59세의 나이로 성균관에 합격했다
주변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읽고 또 읽은 끝에, 그는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이는 독서가 타고난 지능을 뛰어넘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드는 도구임을 증명한다.
독서를 하면 정말로 똑똑해질까? 이는 사실이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독서가 뇌의 '가소성'을 극대화하고 신경 세포들이 서로를 더욱 세밀하고 강하게 엮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텍스트를 해독하고, 문맥을 파악하며, 저자의 의도를 유추하는 과정은 뇌의 근육을 단련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것이다.
글을 읽는 동안 뇌는 시각적 정보를 언어로 바꾸고, 이를 다시 의미와 감정으로 변환하는 복잡한 연산 작업을 수행한다. 결국 글을 깊이 있게 읽는 사람은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는 '사고의 유연성'을 갖게 된다.
2013년 미국 에모리 대학교 연구팀은 독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MRI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설을 읽은 직후 피험자들의 좌측 측두엽(언어 수용 능력 담당)과 중심구(신체 감각 인지 담당)의 신경 연결성이 현저히 증가했다. 놀라운 점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이 연결성이 며칠 동안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독서가 일시적인 자극이 아니라 뇌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또한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집중하며 글을 읽을 때'와 '단순히 훑어볼 때'의 뇌 혈류량을 측정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할 때, 뇌의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인지 능력을 조절하는 영역으로 혈류가 급증했다. 반면에 가볍게 읽을 때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즉, '어떻게' 읽느냐가 뇌의 지능을 활성화하는 핵심 열쇠라는 뜻이다.
나 역시 한때는 '빨리 읽기'에 집착했었다.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는지가 나의 지적 수준을 증명한다고 믿었다. 마치 경쟁을 하듯이 빠르게 읽기에 집착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실제로 삶의 고난이 닥쳤을 때, 내가 읽은 수많은 책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책을 읽어도 인생의 변화가 없다는 사람들은 모두 책을 대충 읽거나 다독에 집착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우연히 '숙독'을 접하게 되었다. 숙독은 한 문장을 읽더라도 그 의미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스며들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하지만 천천히 집중하여 읽기 시작하자, 글자가 비로소 문장으로, 문장이 다시 삶으로 다가왔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삶의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결국 인생이 변화하고 똑똑해지고 싶다면, 책을 깊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더욱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평범한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책 읽기로 능력을 높이고 탁월해지는 것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탁월하게 만드는 세 가지 독서법이 있다. 나 또한 꾸준히 지키고 있는 독서법이다.
첫째, '다독'보다 '숙독'을 실천하라. 일주일에 한 권을 해치우듯 읽기보다, 천천히 곱씹듯이 읽어라. 1회독을 할 때는 밑줄을 치고, 2회독을 할 때는 밑줄을 친 문장을 깊게 읽어보라. 다독도 좋지만, 인생 책 한 두 권을 반복해서 읽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 몰입하면서 글을 깊이 읽을 때, 뇌는 비로소 반응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라. 이를 초서법이라고 한다. 초서법은 다산 정약용이 강조한 독서법이다. 독서 토론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초서법은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을 발췌해 자신의 생각으로 재정리하며 읽는 정약용의 핵심 독서법이다.
다산 정약용은 "책을 그냥 읽기만 하면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손으로 쓰고 머리로 생각하는 '초서'를 통해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독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초서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의 내용을 필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 된다.
내 글은 초서법으로 쓰인 칼럼들이다. 나는 초서법을 시작한 이후, 작가가 될 수 있었고, 과거보다 훨씬 풍부한 사고력을 가지게 되었다. 책의 핵심 내용을 필사하고, 덧붙여 다시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행위는 책을 씹어 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셋째, 독서 후에 반드시 '실행'할 점을 찾아라. 책에서 배운 가르침 중 오늘 당장 내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단 한 가지를 찾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좋다. 또는 독서 모임에 참가하여 인풋을 아웃풋 하는 경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 권이라도 충분히 깊게 읽고 토론한다면, 100권을 읽는 것보다 훨씬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의 왕조와 선비들이 그토록 책에 집착했던 이유는 결국 '선하고 탁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백성을 더 깊이 사랑하고, 스스로의 욕망을 다스리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바로 독서였다. 선조들의 집요한 책 읽기와 기록이 있었기에 조선은 5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지혜로 바꾸는 '깊은 독서'의 습관이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집중하며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한 사람이 되기를 꿈꿔보자. 당신이 책을 깊게 읽는 그 순간, 당신의 뇌는 희열과 성장의 에너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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