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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미쪼 Aug 19. 2024

이런게 멜로지

<드라마-멜로가 체질>

묘했다.

한 편이 끝나고 그 다음편 내용이 궁금해 못견디겠다는 마음이 없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아련하게 뒤끝이 남는 것도 아닌데 알싸하게

다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느끼지 못한 묘한 기분이 있었다.


처음 1회를 봤을 때 

'우린 쿨해. 알지? 이런 거. 대사 톤을 약간 높이면서 눈을 내리깔고..'

억지로 냉소적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말투에 질려있던 나는...

10분을 보고 바로 채널을 돌려버렸었다.

이런 거 딱 질색이야. 그냥 자연스럽게 좀 말하면 안되나?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던가?


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우연히 보았고...

그 동안 1회를 보고 재미없음을 느낀 드라마가 막판 홈런을 친 것을 몇번 보았기에..

이번엔 꾹 참고 20분만 보자고 생각했다.


20분이 되기도 전..15분만에 깨달았다.

내 인생 드라마가 되겠구나..


대부분 처음 보는 배우들이었다.

애초에 내가 아는 배우들도 몇 없지만..

안재홍이 남주이니 다른 사람들은 많이 유명하지는 않았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유명하지도 않은데 

아주 예쁘지도, 아주 잘생기지도 않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작은 조연까지도 연기를 다 정말 잘 한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주인공 커플 이야기보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는  것이 또 좋았다.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토끼씬과 기타씬이 조금 짧았더라면..살짝 아쉽긴 했다. )

감동 주려 노력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소리없이 대사 자막처리, ppl임을 배우가 드러내는 설정도 신선했다.


매회마다 기억하고 싶은 대사들이 있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여운이 가시기 전..

'난 이미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어. 여기서 감동 받았지? 

찌릿찌릿했지? 우리가 친절하게 다시 보여줄게.'

마지막 사진과 함께 주옥같은 대사들이 활자로 나온다.

예술이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본듯한 장면이지만..

훨씬 깊이가 있었다.

뭐랄까..로맨스와 멜로의 차이를 정확히는 몰라도..

단어 자체에서 오는 어감에 맞춰 추측해보면..

로맨스보다 멜로가 더 찐하고 아련하지 않나?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아니고 멜로임이 확실하다.

다양한 연령, 다양한 관계, 다양한 상황들에 따른 멜로..

찐 사랑을 어느 하나 가볍게 여기지 않고

충실하게 보여준다.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남자들도 돋보인다. 

들러리가 아니다. 찌질해 보이는 사람도 애정이 가고...

못생긴 사람도 외모가 보이지 않는다.

여자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직장 상사에서 엄마까지..어느 한명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각자는 어떤 엔딩을 갖게 될까..

혼자 나름 상상했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역시...

한커플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은 주인공들을 위해 빠져준 노년 중년의 커플의 이야기도..

특히..가장 가슴 아팠던 환영의 상대 홍대가 마지막에 인사를 나누며 돌아오면 없을 거라고 한 

마무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고...드라마도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구나.


시청률이 아쉽다.

그 아쉬움을

경쟁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보는 거냐며 친구를 나무라는 장면으로 승화시키는 센스까지..

장면 하나 하나에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느껴진다.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그렇게 여러번 들으면서도 이 드라마 ost인 것도 몰랐었다.

그냥 장범준이라 유명한 줄 알았음...


비슷한 풍의 드라마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있다.

여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3명인 것도 같다.

남자 배우들보다 여자 배우들이 더 유명하고 여자가 주도해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검블유에서는 여자 남자 배우들의 직업도, 외모도, 사회적 위치도 아주 높다.

나도 저 여자처럼 되고 싶고 저런 직장을 다니고 싶으며 저렇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에 반해 <멜로가 체질>은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게 하지 않는다.

그랬었구나. 내 마음도 그랬구나. 맞아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심리 이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나 할까..


사랑 얘기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푹 빠질 드라마...

 넷플릭스를 통해..역주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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