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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미쪼 Aug 20. 2024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눈물꽃 소년>

박노해 시인의 '눈물꽃 소년'을 지하철에서 읽었다. 

계속 훌쩍 거리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사연있는 여자로 생각했을 거다. 눈물과 콧물이 마구 나와 화장지 쪼가리로 더럽게 여기 저기 닦으면서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책을 읽다가도 울어요? 어떻게 책을 읽다가 울 수가 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책 보면 서 운 게 10번 이상 돼요? 같은 책 말고 다른 책이요."

옆에 자려고 누웠던 둘째가 내가 자꾸 훌쩍 거리니 이해가 안된다는 듯 질문을 쏟아낸다.

"00도 이 책을 읽고 엄마가 읽은 것을 느끼는 날이 올까?"

"아니오."

매몰차게 말하는 녀석. 하지만 너도 분명 그 날을 맞이할 거라는 걸 안다 나는.


박노해 시인이 어렸을 때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수필.

어쩜 어머니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동네 형도, 신부님도, 아저씨도 다 감동적인 말을 팍팍 해대지는지..주변에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지..

하지만 이건 박노해 시인의 기억에 의존해 적은 글이다. 

그 분들의 진심을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을 지닌 시인이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해낼 수 있었을 거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전기도 안들어오던 전라도 깡 시골의 이야기라 맛깔나게 표현한 사투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음절 하나 하나 어떤 높이인지 길이인지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전라도 원어민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아빠 생각도 났다. 내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일 때가 많은 아빠지만 아빠도 그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지독히도 노력하면 살았겠구나.

아빠를 지켜준 사람들을 친척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겠구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아서 편안한 시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나태하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시인이 혹시 지금 다른 삶을 살아도 변절이니 뭐니 다른 선택을 한다 해도 

이 분이면 뭔가 이유가 있겠구나 싶을만큼...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면..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박노해였다면 어떻게 했을 때 생각하는 나를 잡아주는 구심점이 될 것 같다.


좋은 게 생기면 자꾸 나에게 주는 K에게 드디어 나도 줄게 생겼다.

책을 덮으며 K가 얼마나 좋아할까 신이 났다.

박노해 시인 덕분에 벌써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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