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나?

어디에나 빌런은 있다.

by 내J

내가 간섭할 권리가 있을까?

돌이켜보면 아주 많이 좋아했던 그 회사는, 전 직원 재택에 원하는 장비 자율 지원까지 상당한 신뢰를 보내주는 곳이었다. 첫 3개월은 오롯이 나의 적응에 시간을 할애했었는데, 솔직히 완전 나랑 다른 영역의 업무에서 자꾸 멍청한 선택을 가져오는 이를 보면서 한 세 번 정도는 그의 행보를 스탑 시켰었다. (아무도 안 오는 공유 오피스 자꾸 큰 데로 옮기기, M1 맥 시대에 인텔 맥 주문하기 등등..) 그 뒤로도 멍청한 선택을 가져왔지만 대표가 그냥 해달라는 데로 해주라는데 내가 뭘 막겠는가. 그가 뭘 하는지 하나씩 까볼 수는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그도 어쨌든 이 회사에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도덕성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네 명의 사람들의 동시에 퇴직하고, 마지막 사람이 나에게 주저하며 해줬던 이야기를 통해 뭘 했는지 하나씩 까봤고, 정말 티몬과 품바 만화에서 썩은 나무 동이에서 벌레 나오는 것 마냥 썩을 데로 썩어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눈뜨고 보지 못할 참극을, 겨우 이겨내고 떠났던 사람도 다시 데려오고,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런웨이가 길지 못한 스타트업 특성상 작은 눈덩이는 커다란 눈사태가 되어 결국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했다. 이때 느낀 것은 좀 더 빨리 행동을 시작할 걸 하는 후회뿐이었다.


간섭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법

다른 회사는, 운 좋게도 시대의 흐름을 타서, 정말 많은 파리가 꼬였다. 파리를 쳐낼 수 있는 능력은 참으로 중요한 법인데, 이것은 타고나거나 경험치를 쌓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암튼 타고나지도 않고, 경험치도 부족했기에 들어온 이상한 파리는 전 회사의 그와 정확히 똑같은 업무 방식을 보여줬다. 업무를 했다기보다는 퍼포먼스라고 다시 정의해야겠다. 그의 퍼포먼스는 업무 퍼포먼스는 상당히 낮으며 외적으로 보이는 것은 상당히 요란했으며, 꼭 저녁밥을 먹고 갔으며 (참고로 출근을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했으니 야근이 아니다.), 워크숍이나 소풍에 대한 강한 수요를 느끼고, 대장 놀이를 즐겼었다. 처음에는 몇 번 주의 필요성을 말했으나, 딱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에게 이걸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고 이번에는 발 빠르게 그자가 망쳐놓는 곳을 뒷수습하는 일 없도록, 내가 도망치는 결정을 했다.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홀가분했다.


난 이곳을 사랑하고 싶다.

비록 갑작스럽게 오게 된 새 회사지만, 회사의 미래와 나의 미래가 그려지는 회사는 이곳이 거의 처음이었다. 그만큼 시장성도 좋고, 회사도 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았다. 왜냐면 항상 만나는 빌런이 있었고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일째에 빌런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 주 주말에 깊은 고민을 했다. 돌아온 월요일, 빌런에 대해 이야기해 준 사람이 있었고, 그는 실제로 회사를 거의 먹여 살리면서도 회사를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집에 갔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에 터진 회사 상황을 보면서 빌런과 함께하는 나의 미래와 회사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었으며, 그가 가져올 효과들이 경험 속에서 되새김질되며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그가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내가 떠날지 고칠지를 고민했고, 이곳은 사랑하던 터전을 잃었던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이고, 솔직히 사건이 터진 후에는 다양한 증거로 쉽게 고치는 과정들을 진행할 수 있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에 가장 힘든 길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각오한 까닭은 사랑하고 싶은 회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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