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레이 달리오가 옳았네요. 다들 지난해 4분기 실적 앞두고 불안해서 엔비디아를 팔았는데, 이틀 동안 파신 분들은 무척 후회가 되실 듯합니다. 엔비디아는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1시 30분 현재 800 달러를 거침없이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거의 100 닳러 상승했죠. 조만간 2조 달러 클럽에 들어가고 어쩌면 올해 안에 애플이나 MS 둘 중에 하나는 제칠 태세입니다. 그냥 엔비디아는 갓비디아입니다.
많은 사람이 3분기 연속 큰 상승이 꺾일 것이고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보았는데 실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도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221억 달러(29조 5천35억 원)의 매출과 5.15달러(6천875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206억 2천만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 4.64달러를 뛰어넘었습니다. 결국 월 스트리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에 환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이익은 122억 9천만 달러로 무려 769% 급증했습니다. 이 정도면 안 오르려야 안 오를 수가 없는 거죠. 당연히 H100과 같은 서버용 AI 칩 판매 호조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목표가는 1200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목표가가 높아지면 인공지능이 자동 매수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떨어질 확률보다는 올라갈 확률이 더 높은 이유죠.
그러나 변수는 있습니다. 바로 샘 올트먼과 손정의의 연합군입니다. 샘 올트먼이 중동을 돌며 7조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정말 그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계좌에 꽂힌 건 아닐 겁니다.) 그 돈을 몽땅 AI반도체에 투자해 AI반도체 시장의 80%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그리고 역시 아랍의 오일 머니로 움직이는 일본의 비전 펀드의 운영자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130 억 달러를 투자해 AI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반도체 제국의 재건에 소니 도요타 등 일본의 공룡 기업들과 손을 잡겠다고 발표했죠. 원래 손정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정말 친했습니다. ARM을 팔려고 샌프란시스코에 달려가 4시간 동안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며 서로가 마사, 젠이라고 부르며 호형호제했죠. 그러다 ARM의 인수가 물 건너가고 손 회장이 직접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면서 둘의 우정이 금이 간 듯합니다. 손 회장은 당연히 돈 줄을 더 찾으려고 할 것이고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이 있는 올트먼과 반 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려고 노력은 할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실현 가능성이 아예 제로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비현실적인 계획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바이드 정부나 백악관 탈환이 예상되는 트럼프 공화당 정부나 가장 중요한 반도체 그것도 미래의 부의 원천인 AI반도체에 미국 자본이 아닌 중동 자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묵인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중국만 견제하려는 게 아니라 중동의 오일 머니도 싫어하는 것은 자명한 터 반도체 과학법까지 만들어놓고 그래 미래 먹거리 AI 반도체를 70년대 석유처럼 중동 국가들이 좌지우지하도록 놔둘 가능성은 거의 0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샘 올트먼이 그 많은 돈을 실제로 갖고 있는지도 믜문이지만 그 돈을 합쳐 봐야 5000억 달러 밖에 안 되는 반도체 시장에 쓰기보다 구글을 뛰어넘는 검색엔진을 만들라는 샤티아 나텔리의 지령에 따라 다른 쪽, 즉 구글을 잡는 쪽에 쓸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또한 비현실적인 계획이기는 합니다. 구글은 AI반도체가 아니라 이보다 더 큰 시장인 양자컴퓨터에서 어쩌면 시장의 독점자가 될 수도 있는 곳이니까요.
저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올트먼에게 7조 달러가 있는 게 맞아. 그러면 차라리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식을 공개 매수해서 자신이 직접 CEO가 되면 되지 않나.”